[Why] '트위터 도사' 이원희 "도사님, 트위터 한수 가르쳐 주시지요"
윤주헌 기자
입력 : 2010.07.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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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억울함 호소하려 시작
3개월 만에 친구 1000명 넘어서
그를 만나기 전엔 도사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이원희는 서울 동숭동의 작은 다방을 좋아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50대 아저씨였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는 왜 '도사님'이 됐을까. 이원희는 "트위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트위터의 도사가 되고 싶어 '도사'라는 예명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름을 누군가 먼저 쓰고 있어 뒤에 '님'자만 붙였다"고 했다.
건국대 축산학과(76학번)를 졸업한 이원희가 처음부터 인터넷과 친했던 건 아니다. 그는 졸업하자마자 출판사에 들어가 책을 팔러 다녔다. 이원희는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좋았다"고 했다.
책장사를 하다 포천에서 가축 약국도 했다. 인터넷에 빠진 건 2000년부터다. 한 PC방에서 인터넷을 하다 도메인이란 개념을 알게 됐다. 2000년 11월부터는 한글도메인에 빠져 지금까지 한글도메인을 사고판다. 트위터를 시작한 계기도 도메인과 관련이 있다. 한 대기업의 도메인을 팔려고 했는데 이 회사가 '산다 안 산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화가 나 있던 이원희는 신문에서 그룹 회장이 트위터를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트위터에 직접 하소연하면 내 억울한 심정을 알아주겠지'하는 마음에 트위터에 가입했다.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았지만 트위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제 팔로워(친구)가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에 트위터 열풍이 다가오던 작년 말 이원희는 '도사학당'을 열었다. 도사학당에 지원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트위터 잘하는 법'을 가르쳤다. 도사학당만 졸업하면 신기하게 팔로워가 300명씩 늘어났고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너도나도 도사학당에 들어오겠다고 지원해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사학당을 다녀갔다. 가수 조덕배도 그의 제자다. 도사학당 출신들은 트위터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 밑에 조그맣게 'd'라고 표시한다.
이원희는 "'트위터 잘하는 법'이라고 하지만 나는 팔로워 늘리는 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트위터 공간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며 상생할 수 있는 '정신교육'을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트위터 도사지만 이 공간에서 상처를 받은 적도 있다. 그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한 트위터 사용자가 계속해서 전화를 해 "저 도사님 계신 근처에 와 있으니 만나주세요"라고 했다.
전화 오는 게 '너무 심하다'고 느낀 이원희는 "시간당 30만원을 받고 가르치겠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게 화근(禍根)이 되어 사람들이 "트위터를 돈 받고 가르친다"고 오해를 했고 순식간에 수백 명이 팔로우를 끊었다.
이원희가 말했다. "트위터 열풍이 부니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할 것 없이 가르쳐 달라고 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에겐 많게는 100만원도 받고 가르쳐줬어요. 물론 일반인에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해가 컸죠."
지난 6월 교육감 선거 때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서울시 교육감 후보 이원희가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그 글에 '열심히 하시라'고 답글을 남겼더니 많은 사람들이 '우파(右派) 아니냐'며 친구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저는 정치를 잘 모를뿐더러 좌파나 우파도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하시고 저에게 말씀하실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그 뒤론 트위터에서 정치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문득 이원희의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모토로라 휴대전화가 들려있는 게 눈에 띄었다. "트위터를 스마트폰으로 했던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 죽겠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사면 우리 마누라가 '뽀개 버린다'고 해서 무서워서 못 사고 있어요. 얼마 뒤에 우리 딸 세 명한테 스마트폰 사준다고 하는데 그때 제 것도 하나 사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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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 전엔 도사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젊은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정작 이원희는 서울 동숭동의 작은 다방을 좋아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50대 아저씨였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