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토이 스토리3'

무한 상상력 - 생명력을 불어 넣은 완벽한 캐릭터

…픽사의 내공 돋보여

　 나는 픽사의 미친 상상력이 인문학적 내공에서 나온 응용력이라고 생각한다. 픽사의 상상력은 결코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내공이자 응용력이다.

다음달 5일 개봉되는 '토이 스토리3'를 보면서도 픽사의 인문학적 내공을 절실히 느꼈다. 주무대가 되는 탁아소라는 공간의 설정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그 원형을 빌려왔고, 클라이막스의 해결부에선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비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귀엽게 뒤틀고 있다.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11편의 영화가 연속으로 대히트를 친다는 것은 단순한 상상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문학적 토대 없이는 15년 동안 이런 지속적인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또한 나는 픽사의 완벽주의에 혀를 내둘렀다. 프레임 내에서 보여지는 모든 오브제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놓았다. 눈동자 하나, 몸짓 하나 허투로 그리지 않고, 완벽하게 저마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고 장난감들의 해진 질감과 빛바랜 색,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가진 수백개의 장난감들, 버즈의 생동감 넘치는 춤동작 등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놓치지 않고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일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토록 디테일이 훌륭한 탈출 시퀀스를 보여준 영화는 역사상 몇 편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두 번의 탈출 시퀀스가 나온다. 첫번째는 초반부에 우디가 혼자 탁아소를 탈출하는 시퀀스이고, 두번째는 후반부에 우디가 친구들을 데리고 다 함께 탁아소를 탈출하는 시퀀스이다. 첫번째의 경우에 탈출하는 동선의 디테일과 서스펜스가 훌륭하다. 두번째의 경우는 복잡한 탈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기막히게 묘사되는데, 이 장면이 주는 재미가 실로 엄청나다.

'토이 스토리3'의 각본은 마이클 안트, 존 라세터, 앤드류 스탠튼, 리 언크리치 4명이 공동 작업 결과다. 존 라세터는 픽사와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최초에 만든 그야말로 픽사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앤드류 스탠튼과 리 언크리치는 그의 왼팔과 오른팔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마이클 안트는 이번에 픽사가 '토이 스토리3'를 위해서 새롭게 수혈한 젊은 피다. 그는 2007년 '리틀 미스 선샤인'으로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 현재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안트는 단 두 작품 만에 2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의 메인 시나리오 작가가 됐다. 그는 픽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작품으로 보여주었고, '리틀 미스 선샤인'에서 보여준 능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이번에 증명해냈다.

< 권명국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