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들과 붙어도 겁 안나요"

승주(충암중 2년)는 2007년 제24회 대회 주니어부 우승자. 만약 이번에도 우승한다면 27년 대회를 통틀어 주니어와 시니어를 모두 우승하는 사상 두 번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만의 샤셴위(夏銜譽)가 89년과 90년에 걸쳐 단 한 번 달성했다.

승주는 2007년 4월 연구생이 돼 현재 2조 6위까지 올라왔다. 이런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최근 입단한 나현(95년 1월생) 최정(여·96년 10월생)을 제치고 국내 최연소 프로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다. 스승 양재호 九단은 "어릴 때 독학하다시피 해서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보통 재주가 아니다"며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7년간 이 대회서 중국은 23명, 한국은 21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2개 부문 모두를 챙기면서부터 중국이 앞서기 시작했다. 주니어용 국제무대가 드문 바둑계에서 이 대회는 미래 판도를 점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 패권 역시 한·중 양국의 전면전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올해 중국 대표로는 시니어 자오바오롱(趙寶龍), 주니어엔 리친청(李欽誠)이 나온다. 94년 12월생인 자오는 2008년 입단한 프로 二단으로 300여 중국 프로들 중 213위에 랭크돼 있다. 리친청은 98년 10월 20일생으로 양딩신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중국 최연소 프로(초단)이며 자국 랭킹은 198위. 둘 모두 중국의 영재 조기 입단 정책에 따라 프로가 될 때 나이 덕을 봤다.

스위스리그 5라운드 후 상위 4명의 결승 토너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 1인당 1시간, 10분 초과 때마다 2집씩 벌점을 주고 3회가 넘으면 실격패한다. 덤 8집에 비길 경우 흑승인 것도 잉씨배 룰 그대로다. 12개국에서 22명이 출전 예정. 선수단을 인솔할 김수장 九단은 "중국 프로들에 맞서 우리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바둑이 요즘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꼭 우승하고 돌아올 거예요."(신민준)

"이번 대회서 우승한 뒤 올해 안에 입단할 테니까 두고 보세요."(한승주)

세계청소년바둑선수권대회를 위해 출국하는 두 어린이의 출사표다. 99년 1월에 태어난 민준이는 주니어부, 96년 11월생인 승주는 시니어부 한국 대표로 22일 출국한다. 27회째를 맞는 올해 대회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대만 펑후(澎湖)제도에서 열린다.

1984년 대만 잉창치(應昌期)재단에 의해 출범한 이 대회의 권위는 가위 압도적이다. 현재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고 있는 최고 스타들 중 이 대회를 거치지 않은 기사가 드물 정도. 한·중 양국 에이스들 대부분의 이름을 역대 우승자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준이는 현재 대림초교 5학년이다. 2008년 8월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만 2년째 최연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26회 대회 때도 출전했으나 중국 양딩신(楊鼎新·98년 10월생) 프로 초단에게 막혀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연구생 7조에서 최근 4조로 승격하는 등 수직 상승 중이다.

민준이는 어릴 때 주판, 특히 암산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였다. 초등학교 입학 후 가장 좋아하는 과목도 수학이다. 바둑을 시작한 것은 다섯살 때. 수 읽기가 놀랄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는 게 박승문 이용수 등 지도사범들의 평이다. 나이답지 않게 침착한 성격까지 갖췄다. 바둑계가 조훈현 이창호 이후 20여년 만에 초등학생 프로 탄생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