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선 목소리만… 이번엔 진짜 달렸죠"

나카 리이사(仲里依紗·21)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중 한 명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녀는 다니구치 마사키 감독의 최신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소)'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1967년 일본에서 소설로 출간된 뒤 TV 시리즈로만 여섯 차례 만들어졌고 영화로 여러 번 리메이크된 이 작품은 그때마다 당대 최고의 아이돌 여배우를 캐스팅해 왔다. 2010년판 새 영화와 함께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그녀를 지난 17일 경기 부천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올해 국내 개봉했던 일본 영화 '하프 웨이'에서도 여고생으로 출연해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화장을 짙게 해 영화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요.

"가족들과 관광온 적이 한 번 있어요. 부천은 처음이죠. 삼계탕을 좋아해서 이번에 와서도 먹었어요. 삼겹살은 일본에서도 1주일에 한 번은 먹어요."

나카는 2007년 국내 개봉한 '시달소' 애니메이션(감독 호소다 마모루)에서 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하고 이번에 실사영화 주인공을 맡았다. 제목은 같지만 영화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애니메이션과 실사판을 모두 좋아한다면서 "실사영화의 주인공 마코토가 실제의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달소'는 TV와 영화로 여러 번 만들어졌는데 그 중 어떤 작품을 좋아합니까.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1983년판 영화를 가장 좋아해요. 비디오로 봤는데 제가 목소리 출연했던 애니메이션과 너무 달라서 비디오를 잘못 빌린 것 아닌가 생각했었죠. 그렇지만 오바야시 감독님의 세계관을 좋아해서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그녀는 이 영화 역대 주연배우 가운데에서도 1983년작의 하라다 도모요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나가사키 출신이다.

―40년 넘게 '시달소'가 인기 끄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 작품은 주인공 여자 아이가 가장 반짝반짝하는 시기를 그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도 감동을 받고 저도 에너지를 얻어요. 시간 여행을 하는 소녀가 주인공이어서 SF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인기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은 1974년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짧은 교복 치마를 입고 30여년 전으로 간 그녀는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생수병과 휴대폰을 보여주기도 한다. 1989년생인 그녀는 70년대를 간접 체험한 것에 대해 "낯선 것이 많아 무척 재미있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도쿄에서 거의 사라진 공중목욕탕에서 연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또 "물건값도 훨씬 싸더라"고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그림 모나리자에서 '리이사'란 이름을 얻은 그녀는 집에서 치와와와 다람쥐, 복어, 우파루파(도롱뇽의 일종)를 키운다. 밝은 여고생 역을 주로 맡아온 그녀는 "앞으로는 좀 그늘진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이와 무관하게 언제나 학생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과거에서 만난 운명적 사랑

2010년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그간 이 영화 시리즈가 그래왔듯 원작소설에서 모티브만 따왔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애니메이션판에서 주인공의 이모였던 가즈코의 딸이 엄마의 부탁을 받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그곳에서 젊은 시절 엄마 아빠를 만나는가 하면, 잊지 못할 사랑을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나카 리이사의 귀여운 연기가 돋보이고 그녀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장면은 10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 같다. 한국 개봉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