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오션스'… 너무 생생해 오히려 낯선 바다

잘 찍은 자연 다큐멘터리는 늘 재미와 감동을 주지만, 7년간 각종 첨단 촬영장비를 이용해 바다 생물들을 찍은 다큐멘터리 '오션스(29일 개봉)'는 차원이 좀 다르다. 갈라파고스 군도를 비롯해 희귀생물 주서식지에서 끈기 있게 찍은 이 영화는 TV 다큐멘터리에서 보기 어려웠던 장관을 연출한다.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울산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나가 야생 고래들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 이 영화는 최소한 대형 아쿠아리움에 갇혀 있는 바다생물을 보는 것보다는 생생한 시청각적 체험을 준다.

영화에는 이름도 기억하기 어려운 희한한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담요처럼 생긴 가오리, 빛을 발하는 물고기, 바위 모양의 생명체들은 모두 태평양과 대서양의 외딴곳에서 원격 촬영장치로 찍은 것이다.

전갱이 수만 마리가 거대한 덩어리를 이뤄 움직이는 모습은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봤던 컴퓨터그래픽 장면과 똑같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일사불란한 손놀림처럼 물고기들이 움직이고, 그들을 잡아먹으려고 수천 마리 바닷새들이 날개를 접고 물속으로 꽂히는 장면은 너무 생생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그 백병전(白兵戰)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가 한꺼번에 수백 마리씩 고기를 잡아먹는 고래까지, 영화는 자연의 약육강식 법칙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수족관에서는 귀염둥이 노릇을 하는 바다사자가 얕은 바다에서 백상아리에게 물어뜯기는 장면도 충격적이다. 이 밖에도 만화에서만 봤던 사람 얼굴 모양의 물고기,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게의 집게다리를 우두둑 부러뜨리는 갯가재의 폭력성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말미에 접어들면서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도 고발한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들어 발버둥치다가 끝내 갑판에 끌어올려지는 장면은 안타깝다. 어부에게 잡혀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린 채 몸통이 버려져 바닷속으로 수직 낙하하는 상어들을 보면, 영화관에서 나와 중국음식점에 가더라도 샥스핀 수프를 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제작진은 모형 헬리콥터나 어뢰에 카메라를 달아 바다생물들을 찍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저 장면을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싶은 영상들이 부지기수다.

탤런트 정보석과 진지희가 아빠와 딸로 등장해 내레이션을 했다. '빵꾸똥꾸'를 남발하는 진지희의 내레이션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TV에 익숙한 초등학생들에겐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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