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여우와 곰

〈제8보〉(102~120)="곰과 여우라…. 전 여우 쪽이 더 좋아요." 어떤 타입의 여성을 배필감으로 더 선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이창호의 답변이었다. 5년 전 일이다. 곰에 묵묵히 남편을 내조(內助)하는 부덕(婦德)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 여우는 애교 넘치는 세련된 미모의 커리어우먼쯤 되리라. 최근 피앙세 공개 이후 이창호는 바둑계로부터 "여우와 곰을 한꺼번에 얻은 행운아"란 시선을 받고 있다.

흑이 ▲로 끊어온 장면. 그러나 102 이하 106까지 되고 보니 우변 백은 잡힐 말이 아니다. 만약 ▲로 '가'의 뿌리를 절단해 갔다면? 그 경우 백은 '나'에 붙이는 수습책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결국 상변 흑백 3점 간의 몸싸움으로 출발해 중앙까지 번진 싸움은 백이 재미를 봤고 팽팽하던 형세도 무너져버렸다.

선수(先手)를 잡은 흑은 107부터 111까지의 큰 끝내기를 해치웠지만 112가 그 못지않게 컸다. 113의 헤딩, 115의 젖힘 등 흑은 막무가내로 버티기 시작했다. 116은 침착한 수. 120까지 흑 2점이 백진에 들어가 버렸다. 117로 118 자리에 잇는 것은 참고도처럼 중앙이 위험해진다. 흑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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