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명물 거문오름, 주민이 알려야죠"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서는 지난 10일부터 국제 트레킹 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 마을 김상수(50) 이장은 종일 구슬땀을 흘린다. 거문오름 탐방안내소를 지휘하면서 직접 안내사 역할도 맡고 있다. 일요일이던 18일에는 1400명이 탐방안내소를 거쳐갔다. 이번 주말에도 하루 탐방객이 2000명을 웃돌 것 같다고 한다.

"우리 마을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고, 트레킹 대회까지 치르면서 유명해졌어요. 동네 이미지가 좋아졌으니 당장은 그 이상 바랄 게 없죠."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에 등재된 것은 2007년 여름이다. 그 몇 달 전, 농사꾼인 김 이장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처음엔 세계자연유산지구 등재 추진이나 지정 후의 관리나 홍보야 제주도나 문화재청이 할 일이지 이장이 신경 쓴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도 뭔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연유산해설사 과정을 밟았죠."

김 이장은 매주 두 번씩 주민 5명을 직접 차에 태우고 해설사 과정을 들으러 다녔다. 처음엔 마지못해 따라다니던 주민들도 김 이장의 열정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현재 거문오름 탐방안내소에서 자연유산해설사로 일하는 15명 가운데 12명이 주민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런 열기가 다른 지역을 제치고 거문오름에 세계자연유산센터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이 됐다. 207가구 495명이 사는 선흘2리는 밤마다 공부 삼매경에 빠진다. 거문오름의 지질과 식생은 물론 이 지역의 문화·역사 관련 책들과 인터넷을 뒤진다.

김 이장은 요즘 마을로 불어닥친 트레킹 붐을 자연스럽게 주민들 소득과 연결할 방법도 찾고 있다. "주변의 유명 관광지와 연계해서 하룻밤 묶어가며 생태학습과 트레킹을 즐길 프로그램을 구상 중입니다. 우리가 마을 명물 거문오름을 지키고 알리면 제주 전체의 가치도 더 올라가겠죠. 당연히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