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IT·철강·관광株 "반갑다, 엔高"

미국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초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당 94엔대에 거래되던 엔화 환율은 최근 86엔대까지 내려갔다. 두 달 만에 엔화 가치가 10% 가까이 절상된 셈이다. 이 같은 엔화 강세는 원화 환율로도 확인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4월 말 100엔당 1170원대에서 7월 들어 1400원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율이 치솟던 2009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의 요인으로는 최근 강화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꼽힌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가 심해졌고 이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엔화가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일본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는 소식에다, 일본의 무역흑자와 경제성장률 상향 전망,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엔캐리(엔화 자금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일본 환류 가능성도 주요 요인이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수출 단가가 높아져 가격 경쟁력에서 여타 국가들에게 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는 호재가 된다. 일본 제품보다 싼 가격에 내다 팔 수 있어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매출 확대가 용이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IT 분야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고로 인해 일본 IT업체들의 내부자금 창출력이 약화돼 내년에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한국 IT 부품업체의 내년도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엔고 관련 IT 수혜주로 삼성전기와 삼성SDI, 에이스디지텍, 한솔LCD를 꼽았다.

철강주도 엔고 수혜주로 꼽힌다. 일본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감산이 불가피하고, 이는 공급 우위에 있는 세계 철강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관광 관련주도 전망이 밝다. GKL과 파라다이스, 호텔신라, 롯데쇼핑 등 일본인이 자주 찾는 백화점, 면세점, 카지노 등 명소가 그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