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겪은 사소한 순간이 평생 가슴 뛰는 기억으로 남죠"

오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100년 된 한옥 '옥란재(玉蘭齋)'에 50명의 초등학생이 모인다. 서울대 미대 김병종 교수가 아이들에게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국립산림과학원 정헌관 전문위원은 숲에서 나무 이야기를 할 작정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는 이 행사의 이름은 '어린이창의력학교'다. 24일 열리는 행사가 3회째다. 참가하는 어린이의 절반 이상을 다문화가정이나 농어촌의 저소득층 아이들로 정했다.

"어릴 때의 아름다운 기억이 쌓여서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으로 평생을 갑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계층화가 너무 심해졌어요.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은 가정 형편을 이유로 자꾸 숨어들려고만 하죠. 이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 상상력도 자극하고 자신감을 품기를 바라는 겁니다."

창의력학교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미래상상연구소' 홍사종 대표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운영과장이던 198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고, 그 후 정동극장 극장장,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 등을 맡았다. '상상력이 미래의 진정한 부가가치'라는 생각으로 2007년 미래상상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 곳, 한 분야에 갇히는 것이 싫어 일부러 여러 기관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미래상상연구소는 아이디어를 파는 곳이에요. 여수엑스포 전시기획에 컨설팅해줬고, 강남구청에는 구민행복 정책에 대해 조언해줬지요. 그런 일로 생기는 수익과 기업들 후원으로 창의력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싶어서요. 내 아이디어를 팔아 다음 세대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는 일인 셈이죠."

그의 이런 뜻에 김병종 교수 등 문화계 인사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김병종 교수는 "어릴 적 아무것도 없는 지리산 자락, 흙 위에 손가락으로 그리던 그림이 오늘날 내 작품의 원천"이라며 스스로 아이들에게 줄 물감과 도화지를 차로 한가득 싣고 온다고 했다. 이 외에도 김용택 시인과 강인선 거북이북스 대표 등이 시와 만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어릴 적, 아버지는 술만 드시고 자식들은 어디 한 번 데려가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작정하시고 5남매를 창경원으로 데려가셨죠. 눈부신 벚꽃 아래 둘러앉아 먹던 도시락…. 평생을 가슴 뛰게 한 기억입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거대한 가치가 아니라 그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의 모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