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수익률 꼴찌' 中증시, 바닥 찍고 기지개 켤까

중국 증시 흐름이 영 시원찮다. 증시만 보면 과연 두자릿수의 고성장을 하고 있는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올 들어 7월 20일까지 전 세계 주요 증시의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2.63%로 38개국 중 37위를 차지했다. 중국보다 못한 곳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앙(震央)이었던 그리스(-28.48%)뿐이다.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의 홍역을 치렀던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른바 피그스(PIGS) 국가들 증시도 중국 증시보다는 나았다.

중국은 올 1분기(1~3월) 11.9%, 2분기(4~6월) 10.3%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했고,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각각 28.7%와 40.9%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주가급락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중국 증시는 반등할 수 있을까?

◆경제는 참 좋은데 주가는 왜?

중국 증시의 급락은 경제보다 정책의 영향이 컸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시행했고, 이것이 투자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1월부터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4월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초기 계약금 등을 인상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이후에도 규제안이 잇따라 나왔다.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물량이 쏟아진 것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 7월에는 농업은행이 상장하면서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21억달러(약 27조원)의 돈을 빨아들였다. 올 상반기(1월~6월)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기업만 모두 176개, 모집금액은 2127억 위안(약 39조원)에 달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아닌 실물부문에 먼저 투자가 이뤄진 것도 주가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1980~2000년대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이룩하면서도 주식시장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은 올 상반기 17.6%의 산업생산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확장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업을 세워 생산을 하는 편이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증시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은 건 당연하다.

◆3분기 바닥 친다는 전망 솔솔

그렇다면 중국 증시는 언제쯤 상승을 시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3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긴축경계감이 희석되는 시점이 그 즈음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9% 상승하는 데 그쳤다. 5월 상승률이 3.1%, 시장 예상치가 3.3%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었다. 또 중국 70개 주요도시 주택가격 상승률도 5월 말을 기점으로 하락 반전하고 있다.

게다가 올 상반기 두자릿수대였던 경제성장률도 3분기부터는 한자릿수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도 물가나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추가 긴축정책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또 주목할 만한 현상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임금 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증가다. 그동안 중국은 수출에 중심을 둔 성장을 해 왔고, 상대적으로 내수는 불안했다. 이 때문에 세계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임금인상으로 소비층이 두터워지면 내수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성장국면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주가 반등도 이런 움직임에 비춰 해석할 수 있다. 상하이 지수는 7월 초 2300선에서 저점을 찍고 2500선까지 올랐다.

◆중국 증시 상승해야 한국 증시도 추가 상승

중국 증시의 부진이 한국 증시에 좋을 리 없다. 지금까지 한국 증시는 중국이나 미국 증시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도 '나 홀로 선전'을 거듭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증시, 그중에서도 중국 증시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미국 증시와 똑같이 움직였지만 앞으로는 미국 대신 중국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증시를 이끄는 주요 종목들이 중국 성장을 발판으로 한 국내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2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실적발표라는 큰 관심사가 사라지면 투자자들이 전 세계 경기에 눈을 돌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만간 국내 증시와 글로벌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련주, 새로운 포트폴리오 짜라"

중국의 경제 패턴이 바뀐다면 이를 대비한 국내 주식 투자 방법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국내에서도 이른바 조선·철강·기계·해운 등 이른바 '굴뚝주'들의 수익률이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내수확대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대중국 수출주와 중국 내에 법인을 둔 유통·음식료·개인용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내 IT와 자동차도 중장기적인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제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는 IT와 산업재, 소재, 경기민감소비재 등은 한국 증시의 중추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라면서 "중국의 금융시장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중국 성장의 수혜를 오히려 한국 증시가 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