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의 작품은 이끼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란 얘기를 했다. 어떤 의미인가.
▶감독으로서 나이가 들다 보니 지금까지 해온 영화들과 비슷한 혹은 같은 작업은 피하고 싶었다.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깊어지고 싶었다. 이끼는 관객들이 생각하면서 볼 수 있게 해보자 하는 목표로 만든 작품이다. 다음 작품은 '글러브'라는 드라마 영화다. '이끼'는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앞으로 만들어갈 영화의 중간 단계에 있는 영화다.
-처음으로 시도한 스릴러 영화다. 새로운 모험을 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원작이 좋아서였다. 처음에 누군가 투자를 해 달라면서 만화를 들고 왔다. 여러 감독들이 후보에 올랐고 검토하다 어느 순간 이거 내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는 '내가 왜 이런 어려운 길을 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였다. '코미디라도 긴장감 있게 담아내는 거, 내가 과연 이런 장르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구도 있었다. 한 마디로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끼 찍으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필 만큼 힘들었다고 들었다.
▶그동안 항상 오리지널 시나리오로만 작업했다. 처음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가지고 영화를 했고, 원작이 인터넷 상에서 인기가 많아 시작부터 부담감이 컸다. 만화와 영화는 철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고, 내용도 방대한 원작을 축약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통이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들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 등 흥행작에서 나타난 인기 요소들은.
▶늘 관객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충실하게 작업했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졌을 때 연출자로서 기쁘다. 한 마디로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어떤 장르든 보는 재미를 놓치면 상업영화로서 의미가 없다. 그 보는 재미가 코믹일 수도 있고, 캐릭터일 수도 있고, 긴장감 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 같은 작품은 이런 여러가지 재미가 함께 녹아 있어서 더 큰 반응이 있었다.
-작가주의 감독이라기 보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인식돼 있다.
▶세상에 수많은 감독들이 있고 영화를 만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관객들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전제하에 작업한다. 물론 관객들이 보지 않는 작품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 영화를 많은 관객들이 보고 소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전국민이 다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그런 면에서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 맞는 거 같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
▶전국민이 다 보는 영화를 한 번 만들고 싶다(웃음). 다음 작품 '글러브'는 이미 촬영을 시작했다. '글러브'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영화에 도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