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만점' 원반男 對 '미소만점' 반가사유상

대영박물관전(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을 보고 난 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들러보자. 서양 미술의 원류(源流)인 고대 그리스 유물을 한국의 비슷한 명품과 비교해보면 각자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반가사유상 vs 원반 던지는 사람

상설전시실 3층 '미술관 불교조각실'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얼굴'인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있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친[반가·半跏] 불상이 연꽃 좌대에 앉아 오른손 끝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사유·思惟]에 잠겨 있다. 감은 듯 뜬 듯 가느다란 두 눈, 엷은 미소…. 얼굴 부분은 세심하고 치밀하게 조각된 반면, 가슴과 양팔은 약간의 굴곡만 보일 뿐 신체의 해부학적 특징인 근육 등을 전혀 살리지 않고 단순하고 밋밋하게 표현돼 있다.

반면 대영박물관전에 전시 중인 '원반 던지는 사람'은 툭툭 불거진 힘줄과 팽팽한 근육질 나신(裸身)이 두드러진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장은 "반가사유상이 인체에 대한 정확한 묘사보다는 사유나 해탈 같은 종교적 언어를 형상화하고 있다면, '원반 던지는 사람'은 균형·리듬·비례를 중시하고 건강한 신체를 통해 건전한 정신을 추구했던 고대 그리스인의 인체관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vs 금제 귀걸이

상설전시실 1층 '고고관'입구에는 국보 90호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가 전시돼 있다. 경주 보문동 부부총(夫婦塚)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한 쌍의 금귀걸이로, 몸체가 되는 커다랗고 둥근 고리에 타원형의 중간 고리가 연결돼 있고 그 아래에는 나뭇잎 모양의 화려한 장식들이 매달려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금 알갱이를 촘촘히 녹여 붙인 누금(鏤金)기법인데, 대영박물관전의 그리스 황금 귀걸이에서도 같은 누금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민병찬 전시팀장은 "페르시아에서 시작한 세공술이 그리스에 가서 찬란하게 꽃을 피우고, 이후 중앙아시아 스키타이족을 거쳐 신라 등 동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