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들이 속삭인다 "날 보러 와요"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대영박물관전(展) '그리스의 신과 인간'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고대 그리스 관련 특별전이다.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그리스 유물 중에서 핵심적인 작품 136점이 한국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몰려드는 어린 관람객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읽었던 장면들이 여기 다 있네" "거대한 조각상들이 꼭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며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유물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느 것부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번 전시 유물 중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보물들을 전시장의 동선(動線)을 따라가며 소개한다.

◆1부 '신·영웅 그리고 아웃사이더'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제우스 청동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신(神)들이 사는 올림포스의 통치자답게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위엄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오른손에는 지배력을 상징하는 지팡이, 왼손에는 파괴력을 나타내는 번개를 들고 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결혼의 여신 헤라의 두상(頭像), 영웅 헤라클레스의 두상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헤라의 차갑고 무심한 시선에서는 올림포스의 안주인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헤라클레스의 굽이치는 머리카락과 수염에서는 힘과 위용이 넘친다. 높이 120㎝의 좌대(座臺) 위에 놓인 스핑크스 대리석상 역시 놓치면 안 될 볼거리이다.

◆2부 '인간의 모습'

2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신체가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아프로디테의 누드 전신 대리석상이 관람객의 시선을 한동안 붙잡는다. 우아한 몸의 곡선과 허벅지 아래로 흘러내린 옷 주름이 감탄사를 절로 자아낸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크리시포스의 대리석 두상은 고대 그리스 후기에 성립된 철학자상(像)의 전형을 보여준다. 둥근 이마와 피곤한 듯 찌푸린 눈썹, 움푹하게 패인 눈…. 육체적 외모를 돌보지 않고 사상의 세계에 몰두한 인물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소년은 잘생겼다'라는 제목의 술잔 그림도 유심히 들여다보자. 토끼를 쫓고 있는 젊은이를 그렸다. 나이 든 남자가 소년이나 젊은 청년에게 구애하는 것이 당시의 풍습이었고, 이때 사랑의 선물로 토끼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3부 '올림피아와 운동경기'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원반 던지는 사람'은 여러 방향에서 꼼꼼히 감상해야 한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운동선수의 원반을 던지기 직전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원형경기장을 재현한 공간 속에 서 있는 근육질 나신(裸身)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암포라(몸통이 불룩하고 양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에 그려진 각종 경기 장면들도 주의해서 봐야 할 관람 포인트이다. 운동경기에서 우승한 선수에게 상으로 내린 암포라 중 '춤을 추는 5종 경기 선수단'만은 놓치지 말자. 고대 올림픽 제전이 개최된 올림피아의 축소된 모형도 볼 수 있다.

◆4부 '그리스인의 삶'

4부는 탄생과 성장, 결혼, 전쟁과 죽음이라는 고대 그리스인의 여정을 조명한다. 황금 화관(花冠)·귀걸이·목걸이·팔찌 등 찬란한 금제 유물이 눈길을 끈다. 미세한 금 알갱이를 촘촘히 녹여 붙인 금제 귀걸이, 천을 짜듯 가는 금실로 직조한 황금 목걸이를 유심히 살펴보자.

이 밖에 괴물 사티로스로부터 탈출하려는 님프를 대리석 조각으로 표현한 '강탈', 생선을 파는 어부의 대리석상, 중무장 보병의 갑옷과 투구 등도 볼만하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 8000원, 만 4세 이상 유아 6000원. (02)720-2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