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不計勝

〈제12보〉(155~180)=이창호는 올 11월 광저우(廣州)서 열릴 아시안게임 한국 남자대표 6명에 포함됐다. 이세돌과 함께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뽑힌 케이스. 중국은 20일 현재 셰허(謝赫) 구리(古力) 쿵제(孔杰) 류싱(劉星) 등 4명이 결정됐고 나머지 2명은 중국기원에서 와일드카드로 지명하게 된다. 이 판의 왕시가 그 2명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표적 개인 승부종목이던 바둑의 환경도 스포츠화 물결 속에 요동치고 있다.

백이 △로 밀어간 상황에서 흑이 155, 157로 물러선 것은 부득이했다. 마음 같아선 참고도 1로 차단, 우변 백을 추궁하고 싶지만 백은 2, 4를 준비하고 있다. A로 끊기는 약점 때문에 흑B로 치중할 겨를이 없는 것. 이렇게 된다면 C로 막아 우하귀를 지켜야 할 흑돌이 1의 공배 자리에 놓여 있는 꼴이다. 백 대마가 선수로 살아선 승부가 결정났다.

이 바둑은 무려 232수까지 이어졌으나 무의미한 공방이어서 180수 시점에서 끊는다. 끝까지 다 두어놓고 계가도 하지 않은 채 돌을 거두는 일부 중국기사들의 매너는 항상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바둑을 가장 먼저 스포츠로 인식한 나라여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런 명분이라면 집 차는 세어 보고 끝내는 게 예의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