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때 신군부측에 반기 든 '대쪽 將軍'

1979년 12·12사태 때 수도경비사령관이었던 장태완 전 국회의원은 사건을 주도한 신군부 세력에 맞서다 강제전역을 당했다. 그는 평소에도 이 사건을 '12·12 군사반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스스로 "수도경비사령관의 책무를 완수화지 못한 죄인"이라고 말하곤 했다. 당시 장 전 의원은 12·12 당일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합수본부장을 주축으로 하는 신군부 세력이 직속상관인 정승화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 없이 강제 연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총장 공관에 구출대를 보내고 한강교량 등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는 오후 11시쯤에는 450여명의 장교 중 합수부측에 가담하지 않은 60여명의 장교에게 "역모자들을 체포,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신군부측은 그가 설득에 굴복하지 않자 무력을 동원해 그를 체포했다. 쿠데타 진압에 실패한 장 전 의원은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끌려갔다. 1980년 2월에는 조사를 받고 있던 분실장실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그를 찾아왔다. "집에 가셔서 6개월쯤 쉬고 계시면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말에 "패장(敗將)을 죽이지 않고 집에 보내준다니 나가야지"하고 감방으로 돌아와 30년 군 생활을 마감하는 예편서를 썼다.

이후 그의 가족들에게도 불행이 잇따랐다. 그의 부친은 "나라에 모반이 있을 때 충신은 모반자들에 의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식음을 끊고 별세했다. 1982년에는 외아들 성호(당시 20세)씨가 행방불명됐다. 서울대 자연대에 입학해 그 해 자연대 수석을 차지했던 성호씨는 평소처럼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대문을 나선 지 한 달 만에 낙동강 근처 산기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장 의원은 소장으로 예편한 지 2년만인 1982년 한국증권전산 사장이 됐고, 이어 회장에도 올랐다. 1994년에는 재향군인회 27대 회장이 된 데 이어, 28대 회장에 재선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이병호씨와 딸 현리씨, 사위 박용찬(인터젠 대표)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