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선택 받을 자 내눈으로 미리 점쳐볼까?

지난 23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는 3인 3색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11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 후보 작가로 선정된 배종헌·박진아·양아치 세 사람이 기량을 겨루는 전시를 함께 하고 있다.

배종헌(41)은 '일기예보'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작품 〈프리드리히의 산〉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프리드리히(1774~1840)의 작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작가 집에서 쓰고 버린 비닐봉지 위에 그린 것이다. 작가는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에서 자연을 내려보는 인간의 모습을 '정복자'로 해석, 그동안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해온 인간의 과오를 비판하고 있다. 설치작품인 '기후의 원천-콜로세움'은 친환경 슬로건을 교묘히 상품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상품들은 너도나도 제품에 '그린(Green)'과 같은 문구를 넣어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이는 마케팅을 숨기는 외피(外皮)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종헌은 "2년 전부터 이상기후를 주제로 한 작업을 시작했다"며 "작가로서 소극적이나마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진아(36)는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사진에 담은 뒤 이를 회화로 재구성했다. 화가로서 활동하는 공간인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벌어지는 전시 설치나 전시 준비를 캔버스에 담았다.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이를 회화로 옮기면서 상상력을 더해 독특한 공간을 창조해냈다.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이를 기록하고 관람객에게 보여줌으로써 객관적인 영역으로 옮겨놓는다. 박진아의 엷고 경쾌한 터치는 순간적인 포착과 관람객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감시와 통제라는 주제에 관심을 보여온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40)는 설치작품과 영상작품에서 비둘기와 CCTV를 등장시킨다. 작품 '밝은 비둘기 현숙씨-CCTV 시선'에서는 비둘기로 분한 여성이 자신의 집인 부암동과 강남 도산공원 근처를 오가며 관찰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둘기가 관찰한 풍경은 CCTV가 촬영한 13개 채널로 펼쳐지면서, 다시점(多視點)을 통해 서로 얽혀 있는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올해의 수상자는 2차 심사를 통해 9월 2일 가려지며, 전시는 9월 19일까지 이어진다. (02)3015-3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