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인셉션'
입력 : 2010.07.27 10:31
|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발상은 신선하고 매혹적이다. "다른 사람의 꿈 속에 들어가 그의 생각을 빼내고, 심지어 그의 생각을 만들어낸다"는 상상력이다. 아이디어만 빛나는 게 아니다. 영화 역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다이내믹하다.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꽉 짜여져 있어 긴장감 넘친다. 놀라운 상상력, 실감나는 액션, 따뜻한 메시지, 빼어난 완성도 등 대작 블록버스터로서의 매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
| 빛나는 아이디어+액션 '매력 만점 블록버스터' |
놀란 감독은 데뷔 초부터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였다.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가 아내 살인범을 추적하는 '메멘토', 철학적인 블록버스터라는 평을 들으며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다크 나이트' 등으로 명성을 쌓았다. '다크 나이트' 이후 2년만에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해 그의 생각을 빼내는 기술을 가진 특수요원. 그러나 아내 맬(마리온 꼬띨라르)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기막힌 제안을 받는다. 경쟁기업 후계자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침투해 그의 생각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상속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사이토는 임무를 완수하면 수배를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코브는 즉시 팀을 꾸린다.
영화의 어떤 부분은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기계장치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사실은 가상세계라는 설정은 충격적이었다. '인셉션'은 한 발 더 나아가 꿈의 세계를 탐험한다.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고, 그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의 세계를 만든다.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생각의 씨앗을 뿌린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 꿈의 첫 단계에서 밴이 트럭과 부딪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코브 일행이 피셔의 꿈에 들어가고, 그 꿈속에서 온갖 방해물을 만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또다른 꿈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다이내믹하게 그린다. 큰 인형 속에 작은 것이 들어있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시카와 유사하다. 영화에서는 매 단계마다 다른 꿈,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관객들은 현재 상황이 몇 번째 꿈의 세계인지 줄곧 긴장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영화는 자칫 난해할 수도 있다. 한 번 엉키기 시작하면, 미로를 헤매듯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솜씨있게 난해함의 덫을 피해나간다.
영화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코브 일행이 탄 밴이 다리에서 떨어지는 짧은 시간이 하이라이트다. 이 순간에 코브는 피셔의 또다른 꿈 속으로 들어가고, 죽은 아내를 만나고, 설원의 거대한 성을 공략한다.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도시가 절반으로 접히고, 무중력상태의 호텔에서 팀원들을 이동시키는 장면은 압권이다. 꿈 속의 아슬아슬한 액션과 밴이 추락하는 느린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관객들의 긴장감을 끌어내고,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시키는 연출 솜씨가 놀랍다. 꿈의 단계마다 시간차가 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꿈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많다. 하지만 '인셉션'처럼 꿈을 블록버스터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놀란 감독은 이 난제를 훌륭하게 풀어냈다. 다만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익숙한 모티프에 의존한 점은 아쉽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 줄기다. 코브가 피셔의 꿈에 침투해 회사 분할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심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거칠게 가족애로 묶을 수 있다.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새로운 상상력과 액션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익숙한 서사를 도입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가족애는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특히 코브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뼈대만 있고 살이 없어서, 도덕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형식적이어서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다. 가족애는 분명 훌륭한 모티프지만, '인셉션'에서는 다만 허공의 깃발처럼 멀리서 나부낄 뿐이다. '다크 나이트'와 같이 뭔가 묵직한 여운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해 그의 생각을 빼내는 기술을 가진 특수요원. 그러나 아내 맬(마리온 꼬띨라르)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기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기막힌 제안을 받는다. 경쟁기업 후계자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에 침투해 그의 생각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상속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사이토는 임무를 완수하면 수배를 풀어주겠다고 말한다. 코브는 즉시 팀을 꾸린다.
영화의 어떤 부분은 '매트릭스'를 연상시킨다. 기계장치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사실은 가상세계라는 설정은 충격적이었다. '인셉션'은 한 발 더 나아가 꿈의 세계를 탐험한다.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고, 그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의 세계를 만든다.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생각의 씨앗을 뿌린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 꿈의 첫 단계에서 밴이 트럭과 부딪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코브 일행이 피셔의 꿈에 들어가고, 그 꿈속에서 온갖 방해물을 만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또다른 꿈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다이내믹하게 그린다. 큰 인형 속에 작은 것이 들어있는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로시카와 유사하다. 영화에서는 매 단계마다 다른 꿈,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관객들은 현재 상황이 몇 번째 꿈의 세계인지 줄곧 긴장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영화는 자칫 난해할 수도 있다. 한 번 엉키기 시작하면, 미로를 헤매듯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하지만 감독은 솜씨있게 난해함의 덫을 피해나간다.
영화는 스펙터클한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코브 일행이 탄 밴이 다리에서 떨어지는 짧은 시간이 하이라이트다. 이 순간에 코브는 피셔의 또다른 꿈 속으로 들어가고, 죽은 아내를 만나고, 설원의 거대한 성을 공략한다.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도시가 절반으로 접히고, 무중력상태의 호텔에서 팀원들을 이동시키는 장면은 압권이다. 꿈 속의 아슬아슬한 액션과 밴이 추락하는 느린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리듬을 만들고, 관객들의 긴장감을 끌어내고,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시키는 연출 솜씨가 놀랍다. 꿈의 단계마다 시간차가 난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꿈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많다. 하지만 '인셉션'처럼 꿈을 블록버스터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놀란 감독은 이 난제를 훌륭하게 풀어냈다. 다만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익숙한 모티프에 의존한 점은 아쉽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 줄기다. 코브가 피셔의 꿈에 침투해 회사 분할이라는 생각의 씨앗을 심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거칠게 가족애로 묶을 수 있다.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새로운 상상력과 액션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익숙한 서사를 도입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가족애는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특히 코브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뼈대만 있고 살이 없어서, 도덕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형식적이어서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다. 가족애는 분명 훌륭한 모티프지만, '인셉션'에서는 다만 허공의 깃발처럼 멀리서 나부낄 뿐이다. '다크 나이트'와 같이 뭔가 묵직한 여운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