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억 대작 손익분기점은 300만 관객 |
178억 투입 '해운대' 수익률 34％
1억 순제작비 '워낭소리'는 1만％ |
| |
영화 '포화속으로'는 지난 21일 누적관객 330만명을 돌파했다.
총제작비 113억원을 들였으니 이날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셈이다. 이날 이후부터 '포화속으로'는 흥행대박을 향한 '돈 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흥행 대박 영화는 사실 가뭄에 콩나듯 한다.
안됐지만 심형래 감독 얘기부터 해야겠다.
TV개그 봉숭아학당의 영구로 유명한 개그맨 출신 심형래 감독은 지난 1999년 영화 '용가리'를 제작했다.
용가리는 당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심형래 감독은 이듬해 투자자 고소로 월급이 가압류 당하는 악전고투를 치렀다.
그리고 2007년 국내외 유명한 영화 '디 워'를 우여곡절 끝에 4년여만에 개봉했다. 840여만명의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또 적자. 심형래 감독은 영화 제작비를 갚지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당시 검찰은 심형래 감독이 170억여원의 적자를 봤기 때문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고, 이후 남은 빚을 모두 갚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사기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영화 제작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 일화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해 100여편의 영화가 쏟아지지만 적자를 면하는 영화는 잘 해야 30％, 3할이다.
아니 지난해의 경우 총 138편의 개봉 영화중 적자를 면한 영화는 단 16편으로 전체 개봉작의 13.6％에 불과했다. 10편중 8편 이상은 적자 아니면 망했다.
전체 영화의 평균 투자수익률?
2009년은 -19.6％였다. 2008년은 -30％, 2007년은 -40.5％에 달했다. 사실 주가 대폭락시의 펀드수익률보다 못한게 영화수익률이다.
국내 영화의 평균제작비?
총 124편이 개봉된 2007년은 제작비의 30％ 내외에 달하는 마케팅비용을 포함해 52억1000만원이 들었다. 2008년은 113편에 평균 29억5000만원. 2009년은 138편에 평균 23억1000만원이 들었다. 지난 2001년 25억원 이후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요즘은 하향 추세. 잘 해야 본전인 영화 제작에 큰 돈을 들이기가 겁났기 때문이다. 개봉 영화에 관객이 전국 다 합쳐서 1000명도 안되는 영화가 있을까? 2006년에는 108편의 영화중 6편이 전국 관객 1000명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유명한 감독이 제작한 영화도 들어있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면 흥행에 성공한다?
아무도 모른다. 흥행성공의 확률은 10억 미만의 저 예산영화든 100억 이상의 대작(국내에선 90억원이 넘으면 대작으로 친다) 영화든 '모 아니면 도'의 모험이다. 국내 영화 흥행 수입은 90％ 이상이 극장표값에서 나온다. 1인 평균관람료 7600원의 45％쯤 되는 약 3500원이 영화배급사의 주된 수입원.
그래서 총제작비 100억원짜리 영화라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야 본전이 된다. 국내영화 평균 제작비가 30억~50억원대 임을 감안한다면, 최소 90만~150만명이 티켓을 끊어야 손해를 면한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대작 영화들이 어깨를 좀 폈다.
총제작비 178억을 투입한 '해운대'는 34％의 수익률을 영화투자자에게 선사했다. 92억원을 투입한 '국가대표'는 50~100％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해운대'는 지난해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9한국영화 흥행랭킹 1위, 840만명을 동원한 '국가대표'는 랭킹 2위에 올랐다.
그러나 2009흥행랭킹 4위 '과속 스캔들'에 비하면 약과다. 지난해 43억원을 투자한 영화 '과속스캔들'은 820만 관객에 육박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흥행랭킹 8위에 오른 영화 '워낭소리'는 한국영화사에서 '최저투자 최고수익'의 표본이 됐다. '워낭소리'는 1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중에서도 2억 이하의 '저예산 독립영화'. 순제작비 1억원에 마케팅비 등 2억원쯤 썼는데, 300만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6만 관객이 손익분기점인데, 무려 290만명의 추가 수입을 올렸다. 총제작비 대비 5000％, 순제작비 대비 1만％의 초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앞서 봤듯 영화 10편중 7편은 적자다. 그중 절반은 '망했다' 수준이다.
지난 5월 유명을 달리한 곽지균 감독은 멜로영화계의 거장으로 통했다. 1986년 흥행영화 '겨울나그네'의 감독이다. 그러나 새천년들어 '청춘'(2000년), 최후작이 된 '사랑하니까 괜찮아'(2006년)가 거푸 흥행에 참패하면서 두번다시 매가폰을 잡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