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바둑 국가대표 조혜연(25·고려대 4) 8단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일요일에 열리는 바둑경기 출전을 포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둑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 8단은 평일에 벌어지는 단체전에는 출전하지만, 일요일로 예정된 페어종목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이다. ‘주일에는 예배 이외에는 아무 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독교의 주일성수(主日聖守)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조 8단은 “주일에 대국을 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지켜왔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일요일에 경기가 있는 페어종목에는 출전을 안 하지만 평일에 벌어지는 단체전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문화일보에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에도 마스터즈배 여자부문 결승전에서 같은 이유로 대국을 포기했고, 같은 해 제4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도 출전을 거부했다.
하지만 개인전도 아닌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로 선발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는 태도에 일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바둑대표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지난 26일 한 바둑계 선배는 조 8단에게 “일요일 대국을 하지 않을 거면 왜 대표선발전에 나와 혼선을 주느냐”고 책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시안게임 바둑에는 남녀 단체전과 페어 3종목에 금메달이 걸려 있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조 8단은 바둑 여자 국가대표 중 최고의 실력자로 꼽힌다. 조 8단은 “선발전에 앞서 양재호(9단) 감독과 윤성현(9단) 코치에게 대표에 선발되더라도 ‘주일성수’는 지킬 것이라는 양해를 미리 구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양 감독은 “대표 선발과정에서 종교를 이유로 동등한 자격을 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며 “조 8단은 국내 최강자인만큼 단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