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우리 모두를 웃기고 떠난 '원맨쇼 1인자'

그의 위력은 각종 공연과 행사 무대에서 압도적이었다. 후배 엄용수씨는 "어떤 상황에 처한 동물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내는 걸 보면 천재적인 관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며 "섬세한 표현력과 따뜻한 유머 감각으로 전국의 크고 작은 쇼 무대를 휩쓸었다"고 했다. 이상해씨는 "지방 공연을 가서 함께 방을 쓸 때 남봉이 형이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자고 있는 나를 깨워서 얼마나 웃기는지 확인해보려고 덤벼 잠을 자기 힘들었다"며 "입원 직전까지도 현장에서 관객을 만나려 노력한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산 연예인"이라고 했다.

남보원씨는 "남봉이와 나는 세상 누구보다 친했지만 서로 경쟁심도 대단한 '우정의 라이벌'이었다"며 "같이 무대에 서면 '내가 뱃고동 울릴 테니 너는 갈매기 소리 내라'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화를 이뤘는데 이렇게 갑자기 먼저 가니 한쪽 날개를 잃은 듯 허망하다"고 했다.

고인은 30여년간 담배를 하루에 4갑씩이나 피웠으나 1988년 금연에 성공했다. 이후 매일 2~3시간 자전거를 타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04년 만성폐쇄성폐질환 홍보대사, 2007년에는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홍보대사에 위촉되기도 했다.

부인 이순옥씨는 "남편은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꼭 완쾌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자녀는 딸 윤희씨 하나만 두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31일 오전 6시.

마이크만 쥐면 세상 누구라도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던 '원맨쇼의 장인'이 세상을 떠났다. 29일 오전 8시 40분쯤 폐암으로 투병하던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본명 박두식·71)씨가 별세했다.

2008년 늑막염 수술 때 암이 발견돼 경기도의 한 재활원에서 치료받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딸 박윤희씨는 "28일 저녁부터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며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멋있게 떠나셨어요. 입을 꼭 다문 채. 다시 한 번 '우리 아빠 참 잘생겼다'하고 생각했어요."

1939년 전북 진안서 태어난 고인은 6·25 전쟁 피란길에 가족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이후 구두닦이와 장돌뱅이 생활로 청년기를 보냈다. 그의 장기인 팔도 사투리 코미디는 이런 유랑 인생의 산물이다. 먼저 거리에서 사람 웃기는 재주를 인정받은 그는 1967년 물랑루즈 쇼단에 들어가면서 연예인의 길에 들어섰다.

방송 데뷔는 1969년 TBC '라디오 장기자랑'을 통해서였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현란한 입담, 섬세하고 정확한 성대모사로 단박에 스타로 떴다. 이후 3살 연상인 선배 코미디언 남보원과 함께 원맨쇼 1인자로 40년을 군림했다. 1970년 영화 '팔도 사나이'에 출연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KBS '전국일주'를 진행했다. 발병 사실을 알기 직전인 2008년까지도 KBS '가요무대', 교통방송 라디오 '2시가 좋아' 등에 활발하게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