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베트남 신부들, 고국 가족과 畵像상봉

"몸은 멀리 있지만 화면으로나마 얼굴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최근 베트남 신부 살인사건으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9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들과 고국의 부모가 LCD 화면을 통해 만났다. 50인치 LCD를 활용한 HD급 영상과 고성능 음향의 폴리콤 시스템이 이날 '화상상봉'에 사용됐다.

이날 오후 3시 강원도 인제군 백담마을 정보센터. 9명의 이주 여성들은 고향인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에 있는 친정식구 얼굴을 오랜만에 봤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서투른 베트남어로 대화했다.

호찌민에 있는 아버지와 화상상봉을 하던 누엔티타오(24)씨는 입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베트남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해 아버지하고만 화상상봉을 했다는 그녀는 "잘살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고 아빠도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화 도중 초조한 듯 계속 행사요원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라고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하고 제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며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남편 김상남(40)씨는 화면의 장인에게 "우리 열심히 사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인사했다. 김씨 부부는 2007년 결혼해 인제에서 야영장을 운영하며 3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여동생과 화상상봉을 한 윙티화중(23)씨는 "동생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고 가족 모두 건강하라고 말했다"며 "동생도 '한국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라'고 했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녀는 대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남편이 일이 바빠 2살 된 아들하고만 LCD 화면 앞에 나온 윙티화중씨는 "호찌민의 아버지는 일주일 전 중풍으로 입원했고 어머니도 병간호 때문에 상봉행사에 나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행사는 지난 5월 제1차 한국-베트남 정보화협력위원회에서 양국이 합의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백담정보화마을 주민들은 화상상봉을 애정으로 지켜봤다. 행사장 밖에는 인제지역 이주 여성들과 백담마을 주민들이 마련한 가랑, 반짱, 반세우 등 베트남 음식과 전, 떡, 두부 같은 한국 음식이 차려졌다. 양국 간 문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주 여성들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언어와 경제문제 등으로 아이 키우기가 너무 어렵다"며 "문화적 차이가 있는데다 언어나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장소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뜨란 뜨롱 또안 주한 베트남대사도 행사장을 찾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가정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며 "아이도 2명 이상 낳아 달라"고 당부했다.

맹 장관은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우리의 며느리이자 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국민으로서 한국의 미래를 같이 가꿔나가고 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보통신부 레남탕 수석차관은 화상 인사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은 외교관계 수립 후 문화·정치·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교류해 왔다"며 "이번 행사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도 일부 가족들의 희망에 따라 화상상봉은 재차 여러 번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