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외국인·연기금 쌍끌이… 주가 2년만에 1780 돌파

국내 증시가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사흘 만에 반등하며 1800선에 바짝 다가섰다.

2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94포인트(1.30%) 오르며 1782.2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780선에 올라선 것은 지난 2008년 6월 11일(1781.67) 이후 2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증시는 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달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던 유럽 지역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된 이후 세계적으로 위험 자산(주식이나 상품)에 대한 선호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매수액이 매도액보다 많은 것)하며 지난달 21일 이후 9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5월 국내 주식을 6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한국 대탈출'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7월에만 약 2조92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최근 국내 증시로 빠르게 귀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이 지난 6월 이후 적극적 매수세에 가담하고 있는 것도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연기금은 이날 56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 지난 6월 17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특히 연기금이 그동안 1500~1600선에서 저가 매수에 주력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1700선을 돌파한 지난달에도 1조15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이달 중에 1800선을 돌파할지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을 펼치는 쪽은 국내 증시가 다른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비해 여전히 20% 이상 저평가돼 있고 세계 경기가 더블딥(경기 침체 이후 반짝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 행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세계 증시도 더블딥 우려를 딛고 안도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국내 증시가 당분간 완만한 계단식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쪽은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실물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주가 추가 상승에 따른 펀드 환매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980년 이후 국내 증시의 8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마이너스 2%에 육박했다"면서 "국내 증시가 미국 경기 둔화 등의 변수로 크게 내릴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강하게 오를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