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개봉작 다이어리'] 테이킹 우드스탁… 황홀했던 그날, 경찰도 헬멧에 꽃을 달고…

3년 전, 자신의 하늘색 스쿠터를 몰고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까지 달려가겠다는 후배에게 충동적으로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준 적이 있었다.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 취소로 한껏 풀이 죽었던 그녀가 케미컬 브러더스의 공연을 본다는 데 의미를 찾겠다고 다시 힘을 내 시동을 걸 때, 그녀의 배낭을 열어 노란색 프리지어를 넣어 주었다. 서울 퇴계로 빌딩숲 너머 가방에 소복이 담긴 꽃과 함께 사라지던 그녀의 뒷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그린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에선 헬멧에 꽃을 단 경찰관이 가장 눈에 띄었다. 마약, 섹스로 분출되는 광란의 히피들을 통제하기 위해 파견된 경찰관이 남자와 여자, 게이와 이성애자, 아이와 노인이 하나가 되는 황홀한 축제의 분위기에 젖어 그들에게 동화되는 장면 말이다.

이안 감독은 이미 소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내놓은 훌륭한 요리사였다. 전통적인 스테이크에 자신만의 특제 소스를 뿌려 더 깊은맛을 내거나, 분자요리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조리법으로 음식의 형질을 변환시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연금술사의 면모 말이다. '아이스 스톰'이 그랬고, '센스, 센서빌러티',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랬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흥미로운 원작에 자신의 태도를 이식한 이안의 관점이 엿보이는 영화다. 1969년을 상징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 그 거시적인 페스티벌의 시대정신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파산 직전의 모텔을 구해야 하는 엘리엇이 이웃마을에서 열리려다 취소된 페스티벌의 허가를 얻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 무심한 수전노 엄마와 무능한 아빠와의 관계를 비추며 이들의 갈등이 축제 속에서 어떻게 봉합되어 가는지를 비춰준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밴드가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예상과 달리 음악영화가 아니다), 히피와 나체로 연극을 하는 자유로운 젊은이들과 기존세대 간 충돌이 그려지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대신 영화를 아우르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의 한데로 합쳐지는 '무드'이다. 평화의, 화해의, 사랑의, 판타스틱한 음악의, 무드, 무드…. 그러므로 영화 속에서 그런 무드의 총합이 폭발할 때 보여주는 발광체는 축제의 폭죽처럼 처연하고, 아름답고, 또한 신비롭다.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해 꼬박꼬박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구직활동증명서를 써야 했던 후배가 페스티벌을 향해 떠났던 건, 절박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고슴도치 같은 어느 시절엔 정확한 '답'이 아니라 사소한 '질문'이, 세상과의 불화에 대한 명확한 '결론'보다는 그것을 화해하고 아우르는 '분위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니까. 그때 우리가 그 자리에서 열광하며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 이런 사회적 일체감을 위해선 축제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록 페스티벌을 보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테이킹 우드스탁
감독: 이안/ 개봉: 7월 29일/ 관객수: 3540명(8월 1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