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솔트'
입력 : 2010.08.03 16:13
| '액션 퀸' 졸리, 그녀마저 없었다면… |
'솔트'(감독 필립 노이스)는 전형적인 여름용 할리우드 액션영화다. 스토리의 짜임새보다 현란한 액션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 연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결과는 단순 명쾌하다. 졸리의 액션은 관객의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대신 스토리는 헐겁다.
'솔트'는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전쟁을 다룬다. 그 시초는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착오적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뉴스들은, 냉전이 끝난지 20여년이나 지났음에도 스파이 전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모의 젊은 러시아 여성 안나 페르마노바가 텍사스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군수품을 러시아로 빼돌리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다른 러시아 여성이 뉴욕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가 양국간 '스파이 교환' 협정에 따라 러시아로 돌아간 일도 있다. '솔트'의 주인공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이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미국 CIA요원 솔트는 결혼기념일에 러시아 스파이로 지목된다.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이 이를 폭로했다. 그 간첩에 따르면, 구 소련 시절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B 최정예 요원들이 CIA에 침투해 있고, 그들 중 한 명이 미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한다. 솔트가 바로 그 요원이다. 영화는 이중첩자로 몰린 솔트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입부는 박진감 넘친다. 솔트가 취조실에 갇혔다가 임기응변으로 폭탄을 제조해 탈출하고, 질주하는 트럭 지붕에서 유조차로 옮겨 타고, 맨발로 대로변을 달려 도망가는 장면은 숨돌릴 틈이 없다. 마지막까지 액션의 긴장감은 유지된다. 몇 년 전 '007 카지노 로얄'의 본드걸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본드걸이 아니라 본드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거절했던 것을 떠올리면, 졸리가 '솔트'를 선택한 이유를 알 만하다.
'솔트'에서는 졸리의 섹시미를 찾기 힘들다. 남편의 하얀 와이셔츠 한 장만 걸친 채 총을 난사하거나(미스터＆미세스 스미스), 바지의 허벅지 안쪽에 총을 붙인 쫄쫄이 복장으로 몸의 곡선을 최대한 드러내는('툼 레이더') 장면은 없다. 그 대신 액션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졸리는 이 영화에 톰 크루즈 대신 투입됐다. 시나리오도 여성 주인공에 맞게 바뀌었다. 하지만 졸리가 맨발로 건물 벽을 타고, 벽을 차고 날렵하게 날아올라 상대를 가격하고, 덩치 큰 경호원들과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톰 크루즈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졸리 액션 연기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하다.
'솔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간다. 졸리의,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 영화다. 졸리의 액션만 돋보인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드라마가 허술하다는 반증이다. 상투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 탓도 크다. 영화가 화려한 액션만으로 스토리의 구멍을 메울 수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솔트'의 결말은 2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솔트의 정체성이나 임무수행 과정, 새로운 목표를 향해 헬리콥터에서 몸을 날린 이유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이 이뤄질 것이다. 물론 지금 상태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는 설명이 부족하거나 건너뛴 정보들이 많아서 불친절하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인물을 사랑해 결혼하고, 그의 죽음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는 설정도 감상적이고 상투적이다.
무엇보다 몇몇 액션 장면들은 비현실적이다.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가방을 가운데 두고 러시아 스파이 두 명이 백악관 지하 벙커에서 쟁탈전을 벌이고, 미국 요원이 솔트의 한 마디에 순순히 탈출을 돕는다는 설정은 너무 헐겁다. 액션 첩보물의 긴장감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졸리는 '솔트'에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10년 전 '툼 레이더'에서 빛났던 여성의 섹시미는 희미해졌다. 반대로 여배우 원톱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낸다. 남자배우 못지 않은, 에너지 넘치는 액션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보이지 않고 졸리만 보인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본 콜렉터'로 호흡을 맞췄던, 정치스릴러에서 솜씨를 발휘해온 필립 노이스 감독의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임정식 기자·dada@sportschosun.com>
'솔트'는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전쟁을 다룬다. 그 시초는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착오적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뉴스들은, 냉전이 끝난지 20여년이나 지났음에도 스파이 전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모의 젊은 러시아 여성 안나 페르마노바가 텍사스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군수품을 러시아로 빼돌리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다른 러시아 여성이 뉴욕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가 양국간 '스파이 교환' 협정에 따라 러시아로 돌아간 일도 있다. '솔트'의 주인공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이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미국 CIA요원 솔트는 결혼기념일에 러시아 스파이로 지목된다.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이 이를 폭로했다. 그 간첩에 따르면, 구 소련 시절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B 최정예 요원들이 CIA에 침투해 있고, 그들 중 한 명이 미국을 방문하는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한다. 솔트가 바로 그 요원이다. 영화는 이중첩자로 몰린 솔트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도입부는 박진감 넘친다. 솔트가 취조실에 갇혔다가 임기응변으로 폭탄을 제조해 탈출하고, 질주하는 트럭 지붕에서 유조차로 옮겨 타고, 맨발로 대로변을 달려 도망가는 장면은 숨돌릴 틈이 없다. 마지막까지 액션의 긴장감은 유지된다. 몇 년 전 '007 카지노 로얄'의 본드걸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본드걸이 아니라 본드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거절했던 것을 떠올리면, 졸리가 '솔트'를 선택한 이유를 알 만하다.
'솔트'에서는 졸리의 섹시미를 찾기 힘들다. 남편의 하얀 와이셔츠 한 장만 걸친 채 총을 난사하거나(미스터＆미세스 스미스), 바지의 허벅지 안쪽에 총을 붙인 쫄쫄이 복장으로 몸의 곡선을 최대한 드러내는('툼 레이더') 장면은 없다. 그 대신 액션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졸리는 이 영화에 톰 크루즈 대신 투입됐다. 시나리오도 여성 주인공에 맞게 바뀌었다. 하지만 졸리가 맨발로 건물 벽을 타고, 벽을 차고 날렵하게 날아올라 상대를 가격하고, 덩치 큰 경호원들과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톰 크루즈의 공백을 느낄 수 없다. 졸리 액션 연기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하다.
'솔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간다. 졸리의,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 영화다. 졸리의 액션만 돋보인다. 이는 양날의 칼이다. 드라마가 허술하다는 반증이다. 상투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 탓도 크다. 영화가 화려한 액션만으로 스토리의 구멍을 메울 수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솔트'의 결말은 2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솔트의 정체성이나 임무수행 과정, 새로운 목표를 향해 헬리콥터에서 몸을 날린 이유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이 이뤄질 것이다. 물론 지금 상태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는 설명이 부족하거나 건너뛴 정보들이 많아서 불친절하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인물을 사랑해 결혼하고, 그의 죽음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는 설정도 감상적이고 상투적이다.
무엇보다 몇몇 액션 장면들은 비현실적이다.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가방을 가운데 두고 러시아 스파이 두 명이 백악관 지하 벙커에서 쟁탈전을 벌이고, 미국 요원이 솔트의 한 마디에 순순히 탈출을 돕는다는 설정은 너무 헐겁다. 액션 첩보물의 긴장감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졸리는 '솔트'에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10년 전 '툼 레이더'에서 빛났던 여성의 섹시미는 희미해졌다. 반대로 여배우 원톱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뽐낸다. 남자배우 못지 않은, 에너지 넘치는 액션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보이지 않고 졸리만 보인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본 콜렉터'로 호흡을 맞췄던, 정치스릴러에서 솜씨를 발휘해온 필립 노이스 감독의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임정식 기자·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