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毒蛇의 맹공

〈제6보〉(73~86)=유순한 청년 최철한에게 왜 독사(毒蛇)란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을까. 바둑 둘 때만큼은 전혀 딴 사람이라도 된 듯 엄청난 '무뢰한'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폭풍이 몰아치듯 일직선으로 상대 숨통을 조여갈 때의 박력을 지켜본 사람이면 독사란 호칭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님을 인정한다. 과거 '살인청부업자,' '대마 킬러'로 불렸던 고 가토(加藤正夫) 九단조차도 집요함이나 폭발력에서 최철한에겐 미치지 못했었다.

현재 이 바둑의 진행이 최철한의 '독사 성향'을 잘 보여준다. 흑의 무차별 공세에 하변 2개의 백말이 '복(伏)날 개 몰리듯' 정신없이 쫓기고 있다. 73은 정확한 공격수. 기분은 참고1도 1이지만 2의 맞끊는 맥점으로 6까지 쉽게 살아버린다. 참고1도를 예상하고 있었음일까, 백이 74를 놓는 데는 무려 28분이나 걸렸다.

결국 78까지 패(覇)가 났다. 81로 '가'에 두어 패를 해소하면? 백에게 '나'를 당해 좌하귀가 몽땅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86은 참고2도 1로는 14까지 사는 모양이 나오지 않으므로 선택한 비상수단. 자,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독사가 또 한 번 독아(毒牙)를 곧추세울 차례인데…. (8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