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울리면 모세의 기적을"

4일 정오 서울 서초동 '강남밝은세상안과' 로비에 가운을 입은 의료진 50여명이 모였다. 구급차가 그려진 피켓도 보였다. 이 병원 의사·간호사들이 참여한 '응급차량 양보운동' 발대식이다. 도로에서 분초(分秒)를 다투는 소방차·구급차가 먼저 지나가도록 길을 터주자는 캠페인이다. 'G20글로벌에티켓운동연합'과 '선플운동본부' 등이 공동으로 펴는 에티켓 릴레이 캠페인의 첫 사업이기도 하다.

이들은 오는 10일 출근시간대에 실제로 구급차와 소방차를 동원해 강남 일대를 달리면서 다른 차들이 길을 비켜주도록 유도하는 행사를 벌인다. 소방방재청과 강남경찰서가 차량과 인력을 지원한다.

행사를 기획한 G20글로벌에티켓운동연합 김진국(50·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 부회장은 "교통사고를 당한 부부가 길이 막힌 바람에 병원에 늦게 도착해 부인이 과다출혈로 사망한 적이 있다"며 "깨어난 남편에게 그 소식을 전할 때 무척 괴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모세의 기적'처럼 도로가 열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고 했다.

김 원장은 "4~6분(골든 타임) 안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장기손상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평균 8분이나 걸리는 실정"이라며 "우리 도시 특유의 교통 여건도 문제겠지만 남의 고통을 배려하고 협조하는 쪽으로의 인식 개선이 더 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