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大馬함몰

〈제7보〉(87~103)=온 신경을 집중시켜야 하는 고도의 심리극(心理劇)보다는 화끈한 활극(活劇)이 흥행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한다. 바둑도 마찬가지. 잔잔한 '영토싸움'보다는 주먹을 앞세운 육탄전이 몇 배 더 인기가 있다. 이창호·박영훈이 전자(前者)에 속한다면 후자 쪽은 이세돌 최철한 김지석 구리(古力) 등이 간판이다. 이세돌은 그래도 타협과 균형을 의식하며 싸우지만, 최철한은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듯 일직선 공격을 퍼붓곤 한다.

하변 대마가 시달리자 백이 장고 끝에 △로 끊어온 장면. 만약 참고1도 1이면 6까지 살겠다는 뜻이다(A, B가 맞보기). 결국 91까지 백은 하변 대마를 죽이고 그 대가로 92로 우변을 깨고 살았다. 물론 흑의 대성공. 남은 문제는 우변 흑이다. 참고2도 1로 나가는 것은 백에게 외세만 허용한다고 보고 93으로 자체 삶을 도모하고 나섰다.

94로 틀어막자 흑은 95로 하변에 막대기처럼 늘어선 백 대마를 위협한다. 101에 이르기까지 "이쪽이 더 급하지 않으냐"는 외침. 백이 더 이상 못 참고 102에 파호(破戶)하자 흑은 준비했다는 듯 103으로 젖힌다. 우변 흑백 간 공방은 과연 어떻게 정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