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뮤지컬 결합작품 '五方色'으로 한국을 통째로 뉴욕에 갖다 놓겠다"

"작년 겨울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중국 역사를 다룬 뮤지컬을 봤어요. 6주가량 공연을 했는데, 매일 밤 매진이었습니다. '중국을 뉴욕에 갖다놓았다'고 말할 정도였죠. 저도 한국을 뉴욕에 갖다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해튼에 한국을 통째로 갖다 놓겠다는 이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벤슨 리(한국명 이경수·41)다. 그는 작년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로 외신과 각종 국제영화제의 호평을 얻었다. 내년 할리우드에서 3500만달러를 들여 만들 이 영화의 리메이크작도 그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현재 3D 영상과 뮤지컬을 결합한 프로젝트 '오방색(五方色)' 제작차 한국에 머물고 있다. '오방색'은 한국의 역사와 현재를 한 무대에서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그는 "한복에 대해 공부하다가 '오방색'을 알게 됐고 이 다섯 가지 색이 한국 문화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을 인터뷰하고 있어요. 엊그제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났죠. 앞으로도 정치인, 역사학자, 음식전문가, 디자이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캐나다로 이민 간 부모에게서 태어나 9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하와이에서 대학을 마치고 파리와 런던으로 옮겨 살다가 우연히 영화에 입문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떠오른 영감으로 시나리오를 쓴 '미스 먼데이(1998)'가 그의 데뷔작이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집에 와서는 닥치는 대로 먹은 뒤 토해내며 사는 모습을 훔쳐보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영화로 그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영화를 한 번도 공부한 적 없는 그는 이때부터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오방색'을 '유저가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user generated documen tary)'라고 불렀다. 다음 달 오픈할 홈페이지(www.obangsaek.com)에 누구든지 비디오클립을 올리면, 이 가운데서 고른 영상을 자신의 작품에 삽입하겠다고 했다. 내년 말엔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정말 글로벌한 최첨단의 나라예요. 저는 그것이 어떤 외국 문화도 한국식으로 탈바꿈시키는 한국의 '짬뽕 문화' 덕분으로 봅니다. 그런 한국의 예술혼을 세계무대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