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펀드 환매 막바지… 1800 고지 머지않았다

4일에도 코스피지수는 1800선 돌파에 실패했다.

3일에는 불과 4포인트를 남겨두고 미끄러지더니 이날도 장중에 1800선을 불과 5포인트 앞두고 뒷걸음질해 결국 전날보다 1.34포인트 하락한 1789.26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주식형 펀드 환매(펀드에서 돈을 찾아가는 것)다. 주가가 올라갈 때마다 펀드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 펀드에서 돈을 빼가고, 이 돈을 내주려 자산운용사는 주식을 팔아치워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1700선을 넘길 때마다 규모를 키우고 있는 펀드 환매는 1800 도전을 타진한 7월에도 어김이 없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9조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었던 7월 한달간 나온 물량만도 2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7월의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3.6%. 10%가 넘게 상승한 중국을 비롯, 주변국 증시와 비교하면 부진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나 이런 발목 잡기 현상이 지속될까?

증시 전문가들은 적어도 1800선 돌파를 가로막는 펀드 환매는 거의 끝물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1700선에서 유입된 투자자금은 웬만큼 소화가 됐다는 것이다.

또 1800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20조원 가까운 펀드 환매 대기물량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외국인과 연기금이라는 든든한 구원군이 있다. 외국인은 올 한해 8조5000억원, 7월 한달에만 3조원가량을 순매수(매수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했고, 연기금 역시 올해 들어 4조8000억원, 7월 1조1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를 받쳤다.

펀드 환매물량이 주식시장 부근에서 맴돌며 다시 들어올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이 몰리고 있는 증권사의 자문형 랩 어카운트 잔고는 연초 19조원에서 현재 30조원 수준으로 50% 이상 증가했고, 이중 주식 투자 비중이 큰 자문사 연계 랩 상품의 경우 6월 말 기준으로 잔고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펀드 환매가 더 나와주는 것이 증시 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며, 펀드 환매물량이 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속도 조절을 통해 체력을 비축해가며 외국인이나 연기금의 추가 주식 매수로 차분히 상승하는 것이 주가에는 최상의 조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