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과 새 추기경 배출 힘쓸 것"

"교황청주재 대사 임명 소식을 듣는 순간,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타고 가셨던 나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주님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합니다. 교황님의 방한, 추기경의 추가 선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는 9월 15일 교황청으로 부임하는 한홍순(67) 대사는 평생을 경제학 연구와 천주교 평신도 운동 등 두 가지 길에 매진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로마로 유학, 교황청이 설립한 그레고리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8년까지 한국외대 교수를 역임했다. 모태신앙인 그가 신앙과 학문의 접점을 찾기 위해 택한 로마 유학은 그에게 경제학자와 평신도운동가로서 역할을 모두 가능케 했다. 그는 1984년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으로 첫 임명된 후 지금까지 5년 임기를 계속 연임해왔다. 20~30명으로 이뤄진 이 위원회의 최장수 위원이다. 그는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는 국내 평신도 단체를 대표하는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 회장을 역임했고 2008년부터는 교황청 재무심의처의 국제감사위원도 맡고 있다. 이제 그는 이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외교관으로서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제가 로마로 유학 갈 때만 해도 주교황청 대사는 스위스 대사가 겸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랬던 교황청에 대사로 간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는 특히 유학생 시절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된 때가 기억난다고 했다. "1968년 순교자 24위(位) 시복식 때 김수환 대주교님이 순례단을 이끌고 로마에 오셨는데 당시 바오로 6세 교황님이 김 대주교님을 매우 극진히 대접하시더니 몇 달 후 추기경 임명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당시 김 추기경의 로마 일정을 도우며 서임식을 먼발치서 구경했던 한 대사는 이후 평신도평의회 위원으로 재임하면서 역대 교황을 자주 알현하는 등 대(對)교황청 민간외교에 앞장서다가 이제 본격 직업 외교관으로 다시 바티칸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초 임명된 그는 자신이 평협 회장 시절 유치한 '아시아 평신도대회'(8월 31일~9월 5일)의 준비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교황청의 양해 아래 부임을 3개월여 늦춘 상태이다.

그는 "지금까지 신자로서 역할을 다했다면 이젠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국익증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교관 입장에서 교황청은 외교무대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신적 지주의 총 심장부라는 점에서 그 역할도 특별합니다." 그는 특히 교황의 방한과 새 추기경의 탄생에 적극 노력할 생각이다. "국민적 바람을 교황청에 성실하게 전달하고, 실제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그는 "대사로 임명되기 이전에도 교황님을 알현할 때면 빠뜨리지 않았던 메뉴가 방한 요청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