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우 친동생 김태훈, '아저씨'로 새롭게 주목 받다

"영화 보고 대견해 하던데요"

'아저씨' 열혈 경찰 역 김태훈

"형님이 제일 좋아하세요."

영화 '아저씨'(감독 이정범)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배우가 있다. 아저씨 원빈을 쫓는 열혈경찰 김치곤 역의 김태훈이 그 주인공.

영화에서 그를 처음 본 느낌은 참 묘했다. 왠지 낯이 익었다. '연극계에서 실력을 닦은 배우가 뒤늦게 영화계에 데뷔한건가?'란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알고보니 진실은 이랬다. 영화배우 김태우의 친동생이었다.

"태우형과 친형제라는 걸 아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또 저도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진 않았고요."

사실 김태훈은 2001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연극을 시작하면서 연기력을 쌓아온 실력파다. 이미 독립영화계에선 유명 스타다.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잇따라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태훈 주연의 단편영화 '6시간'은 칸국제영화제와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달려라 장미'와 '약탈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러나 '아저씨' 출연 전까지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제대로 자신의 연기력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태훈은 '아저씨'에서 자신의 몸보다 2배나 더 큰 거구의 깡패를 단번에 집어던지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영화 내내 경찰 특유의 강단과 집념, 인간미를 보여준다.

"그동안 부드러운 역할을 많이 해서, 강한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경찰 치곤 역이 원했던 강한 캐릭터여서 도전한거죠. 그런데 첫 등장 신에서 상대방이 덩치가 너무 커서 강하게 업어치기를 할 수 없었던 게 지금도 아쉬워요."

얌전하고 부드러운 얼굴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줄 것 같은 이미지인데 연기 얘기를 꺼내니 진지함과 의지, 욕심을 보였다. 영화 속 김치곤 캐릭터와 점잖은 김태훈의 모습에서 생긴 괴리감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는 순간 다 채워졌다.

"형한테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형 역시 그런 방법을 써서 영화배우로 성장하지 않았고요. 저한테 도와줄 기회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제가 잘하면 어떻게든 될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당당하고요."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걷는 모습을 곁에서 믿고 지켜보는 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태훈에겐 큰 힘이 됐다. 그게 가족이고 진정한 형제다.

"'아저씨'를 보고서 형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동생이 항상 독립영화 한다고 안쓰러웠을텐데 스스로 뭔가를 해냈다는 걸 무척 대견해하더라고요. '아저씨'를 처음 본 날 밤에 술에 취해서 '보고 싶다'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거든요. 또 주변 사람들한테 제 자랑을 하는 걸 보고 진짜 좀 짠했어요."

<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