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區 자랑 지소연 선수 힘내라고 성금 모아"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떠들썩했다.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한 여자 축구대표팀 주역인 '지 메시' 지소연(19·한양여대) 선수가 경찰서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날 동대문경찰서는 전 직원이 모은 성금 300만원을 지 선수에게 전달했다. '격려'라는 글자가 적힌 하얀 성금 봉투를 받은 지 선수가 "비인기 종목인 여자축구를 이렇게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했다. "앞으로 한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지 선수의 말에 소회의실에 모인 경찰관 40여 명이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지 선수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라며 말을 꺼냈다. "경찰서는 제가 한창 속썩일 때 와보곤 처음이에요. 그때 가까운 이문파출소에 갔던 기억이 나요." 짧은 커트 머리의 '축구 여제(女帝)'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경찰 남자친구는 어때요?"라는 한 여자 경찰관의 질문에 지 선수가 "지금껏 살면서 남자친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경찰 남자친구도) 괜찮습니다"고 답하자 경찰관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 선수의 어머니 김애리(43)씨는 "우리 소연이가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기용 동대문경찰서장은 "지 선수는 동대문구의 자랑"이라며 격려했다.

성금 모금은 지난 2일 시작됐다. 동대문경찰서 축구동호회인 '무궁화축구단' 회원들이 앞장섰다. 축구단장을 맡은 경무계 우목곤(44) 경사는 "상대 수비를 뚫고 멋진 골을 날리던 지소연 선수를 실제로 만나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 경찰서 관내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모금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 선수는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 60㎡(약 18평)짜리 연립주택 3층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작년까지 지 선수 가족은 인근의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지 선수는 컴퓨터가 없어 친구 컴퓨터를 빌려서 이메일을 확인했다. 지 선수는 평소 "엄마가 편안히 쉴 수 있게 찜질방 딸린 집을 사 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들은 경찰관들이 한푼 두푼 보태고 지구대·파출소까지 동참해 닷새 만에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전달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 선수에게 직원들이 몰려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지 선수 모교인 이문초등학교 축구부 최경식 감독과 후배 선수 2명도 사인을 받았다. 미드필더인 김승찬(11·6학년)군은 "선배처럼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군의 동생 민찬(9·3학년)군은 지 선수 사인이 새겨진 축구공을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