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같은 집, 그 안에 생명이 피고 지고…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심장을 만들어 우리가 얼마나 남의 마음을 헤집고 상처주는지 이야기했던 변시재가 11일부터 개인전 〈Demoli―Creation〉을 연다. 공사장 차단막을 이용한 집 형태의 구조물 3개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대상을 한 프레임씩 찍어 움직임을 만들어냄)으로 만든 시리즈 영상 2편을 선보인다. 이 영상은 집 모양의 구조물 내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전 작업이 어떻게 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 보여줬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의 건축물이 파괴되고 생성되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치유와 재생'을 드러낸다. 작가 자신을 향하던 시선이 바깥 세계로 확장된 셈이다.

설치작품 〈Installation〉에서 작가는 초록색 공사장 차단막을 사용해 3개의 집이 연결된 이동형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 구조물은 송풍기에 연결돼 있어 타이머 작동에 따라 호흡하듯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작가는 "신록이 드리운 푸른 그늘 아래를 거닐던 경험보다 오고가는 동선에 쳐진 초록의 공사장 차단막이 더 친근한 존재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차단막이 쳐진 공간 안에서 땅이 파헤쳐지고, 군데군데 세워진 타워크레인은 그 땅 위에 철골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상상했다. 차단막을 박음질해 만든 거대한 초록의 집 구조물은 자궁과 같이 생명을 잉태하는 공간이고, 그 속에서 반복되는 파괴와 창조는 결국 치유와 재생으로 귀결됨을 보여준다. 전시는 서울 소격동 갤러리조선에서 9월 1일까지 열린다. (02)723-7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