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나이웨이, 9년 만에 다시 객원기사로?

바둑계에 정통하다고 자부하는 팬들을 위한 퀴즈 하나. 다음 중 한국기원 객원(客員)기사를 고르시오. ①위에량(岳亮) ②디아나 코세기 ③루이나이웨이(芮乃偉) ④알렉산더 디너스타인. 정답은 ①번과 ④번이다. 한국프로 권효진과 결혼한 중국인 위에량은 2007년 한국 정착 직후부터, 러시아 출신 디너스타인도 2002년 6월 특별 입단과 함께 각각 객원기사 지위를 받았다.

반면 헝가리 태생 바둑 유학생이었던 여성기사 코세기는 2008년 특별 입단하면서 정식기사로 등록됐다. 디너스타인과 똑같은 경우임에도 '객원'에 머문 것. 루이는 남편 장주주(江鑄久)와 함께 99년 내한, 2년 뒤인 2001년 객원에서 정식기사로 승격했다. 동일한 행로를 거친 위에량은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수십년 동안 무원칙하게 운영돼 온 객원기사제도가 대폭 정비된다. 자격분류 기준 못지않게 불분명했던 정식기사와의 차별점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국내 '교통정리' 목적과 함께 바둑의 세계화 추세가 한몫했다. 홍맑은샘 윤춘호 이정빈 등 외국서 입단한 한국인 프로들의 국내 복귀에 대비할 필요성, 그리고 곧 착수할 외국인 유망주 특별 입단정책도 염두에 뒀다.

이미 기사 대의원회의를 통과한 규정안은 객원기사를 '한국기원의 입단대회나 이와 동등한 절차를 통해 입단하지 않고 한국기원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사'로 정의하고 있다. 앞으로 객원기사는 ▲기사회 회의 참석 및 투표권 ▲복지수당 및 퇴직금 ▲한국기원 수입 발생시 분배금 수령 등에서 차별받게 된다. 객원기사는 선발전을 통과해야만 외국 주최 국제대회에 한국기원 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외국 국내 기전에 나가면 자격을 박탈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런데 객원기사 규정을 파고들다 보면 상당 부분이 '세계 최강의 여성기사' 루이나이웨이와 연관돼 있음이 감지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녀를 '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잠복해 있던 국내파들의 감정 일부가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 초단부터 九단까지 중국서 딴 루이는 30여년의 기사생활 동안 한국·중국·미국 등 3개국 대표 자격으로 각종 세계대회를 누벼왔다. 중국 바둑연감도 그녀를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 중인 중국 기사'로 표기하고 있다.

루이는 국내 정착 이후 지금까지 한국 바둑을 완전 석권 중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 여성 프로들의 실력도 크게 신장됐다. 하지만 국내 기사들 사이에선 "10년 넘는 세월 동안 과실만 철저히 챙기고 막상 국가 대결에선 한국에 칼을 겨눌 수 있느냐"는 시선이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시안게임 출전의 변(辯)도 일부 비판적 정서를 더 자극했다. 루이는 국내 인터뷰에선 "중국 선발전에 나갔는데 뜻밖에 뽑혔다. 내 천직은 바둑을 두는 것이니 나로 인해 중국이 우승하더라도 이해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중국을 찾았던 그녀는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후배들과 합동훈련을 가진 뒤 돌아왔다.

이는 일본 거점의 대만기사 장쉬가 아시안게임 대만 대표로 확정된 뒤 "일본은 나를 길러준 곳이며 내 바둑의 뿌리"란 간곡한 말로 일본에 양해를 구한 것과 차이가 크다는 시각이 꽤 넓게 퍼져 있다. 루이 부부는 올해부터 시행된 전문기사 복지수당제도에 따라 각각 56만원씩 매달 112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객원기사들은 누리지 못하는 혜택이다.

"기사 신분제도가 너무 무원칙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객원기사 규정을 서둘렀다"는 게 최규병 기사회장의 배경 설명. 최 회장은 "루이 부부의 경우 객원기사로 환원시키는 것은 '소급행위'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객원기사 규정은 9월 하순쯤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 올라가며 통과될 경우 10월 1일부터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