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 "중국, 쌍용차 앙금탓 삼성 투자도 마다해"

하지만 중국은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도 마다하고 있어요. 각각 24억달러와 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중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40억달러면 제가 유치한 것의 200배입니다. 삼성, LG가 몸이 달아서 기술 유출을 각오하고 전 공정을 중국에 설치하겠다, 외국 투자자에게 주는 모든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장관과 대사가 다 가서 이야기를 해도 안 받아들이고 있어요. 삼성과 LG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중국 시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에 진출하지 않으면 관세장벽이나 기타 불이익 등으로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밀려버리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어떻게 하든지 가서 안착해야 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본과 대만 업체는 받아들이면서 우리 업체는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가 쌍용자동차입니다.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를 먹튀로 욕하면서 골탕 먹였던 것에 대해서 중국이 앙금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 외교관들은 중국은 다른 나라에 수모를 당했을 때는 반드시 갚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괜히 쌍용자동차를 사는 바람에 진흙탕에 빠졌다고 생각해요.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고 합니다. 저는 이 생각을 어떻게 하든지 좀 줄여줘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노력을 하면 국수주의자들이 김문수가 중국 짱개 편을 든다고 해요. 참 철없는 소아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글로벌화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설계회사가 건축회사에 하청줘

서울시청 앞에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이라고 써 놓은 것을 봤는데 참 가소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제 디자인이라면 중국 도시 어디를 가든지 우리보다 앞서 있습니다.

경기도 대표단이 상하이에서 하이닉스가 있는 우시와 삼성전자가 있는 쑤저우까지 수백㎞를 다녔는데 산업단지가 저마다 분당 신도시의 10배 크기인 데다 녹지가 풍부하고 건물들이 하나도 같은 게 없습니다. 도로도 쭉쭉 뻗어 있어서 교통 체증이 없습니다. 예전에 중국 여행할 때 흔히 봤던 윗옷을 벗고 일하는 남자들도 딱 한 명 발견했을 뿐입니다. 중국이 그만큼 달라졌습니다.

반면에 우리 남양주시, 화성시를 가보면 쓰레기, 컨테이너 박스에 무질서하고 난잡한 간판까지 형편이 없습니다. 도저히 중국하고 비교하면 이건 디자인이란 말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중국의 디자인이 다양한 것은 근본적으로 건물을 짓는 시스템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건물을 지을 때 건축회사가 짓지 않고 설계회사가 지어서 건축회사에 하청을 줍니다. 그래서 모든 건축물들이 하나의 창조품으로서 디자인부터 다른 거예요. 우리는 건축회사가 설계사를 고용해서 저가로 국화빵같이 똑같이 찍어냅니다. 판박이에 무슨 디자인이 있겠습니까? 디자인의 '디'자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스템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데 우리는 말로만 디자인 수도다, 디자인이 최고다 합니다. 세계에 우리처럼 이렇게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지금 바로 옆에 중국이 어떻게 돼 있고 일본이 어떻게 돼 있는지 봐야 되지 않습니까?

◆뭘 좀 하기만 하면 '삽질한다' 비판

"나도 옛날에 공산주의 이론을 마르크스, 레닌부터 다 읽었는데 요즘 중국을 보면 내가 아는 공산주의와는 너무 다르다. 어떻게 된 거냐? 상하이에 어떻게 세계 500대 기업이 거의 다 들어와 있냐?"고 중국 공산당 간부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공산당이 뭐 별 거 있나요?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면 그게 공산당의 목표지, 뭐 공산당 목표가 다른 게 있습니까?"라고 말해요. 국가를 끌어올려 성장시키고 민생을 안정시켜 골고루 잘 돌봐주는 것 딱 두 가지예요. 거기에 뭐 외국 자본이면 어떠냐 이거죠. 흑묘, 백묘 이야기 하겠어요? 그야말로 뭐면 어떠냐?

요즘 제가 이야기하면 왜 김문수는 성장 이야기만 하냐며 성장지상주의라고 합니다. 웃기는 시대착오적 정의입니다. 4대강 좀 한다더니 뭘 좀 하기만 하면 전부 삽질하고 자빠졌네라고 해요. 중국에는 대운하가 있어요. 수나라 이전부터 이용하던 1800㎞의 대운하를 전부 복원하고 있습니다. 쑤저우만 하더라도 지금 운하로 인한 수운이 육운보다 더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운하 이야기하면 미친놈으로 바로 매도당합니다. 강이 깨끗하지 않은데도 이것도 전부 반대입니다. 그런 이야기 하면 저 김문수가 완전 미친놈이냐 이래요.

◆우리가 정말 최선다하고 있나 돌아봐야

중국이 길을 얼마나 잘 닦아놨는지 상하이에서 우시까지 가는 데 한 번도 체증 없었어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총영사가 "중국은 전 재산의 76%가 국유지"라고 했습니다. 중국은 웬만한 기업들도 모두 국유죠. 전 국부의 76%가 국가 소유예요.

반면에 우리는 국유지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양평군 두물머리 같은 데서는 국유지 안에서 무단경작을 하고 있어도 못 내보내고 있어요.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이라는데가 그런 데 아닙니까? 경작기간이 끝나서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데도 국유지인 하천부지 안에 계속 모여서 데모하고 거기다가 소, 돼지 거름똥 가지고 유기농한다고 해요. 우리가 매일 먹는 물이 이렇게 오염되는데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경기도만큼 많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세계 속의 경기도는 고사하고 대한민국 속의 경기도는 잘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백년 비전을 가지고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나가고 있는 중국이라는 대국 옆에서 과연 이 나라 국민이 어떻게 될 거냐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김문수(59)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 다녀온 후 9일 의정부시 도2청에서 열린 직원 월례 조회에서 한 직설적 발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며 최근 국무총리 인선을 비판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외에도 중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 한국과 중국의 디자인 수준, 4대강 사업 등 현안에 대해서도 속마음을 밝혔다. 총리 인선과 관련해 이미 보도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발언들을 정리해 게재한다.

◆"중국, 쌍용차 사는 바람에 진흙탕 빠졌다 생각"

지난달 26일부터 상하이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갔다가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보위그룹에서 2000만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중국까지 가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우리 기술을 조금 주면서 끌고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