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폐가', 신개념 한국 공포 영화의 등장 알릴까

[스포츠조선 T-뉴스 정해욱 기자] 1999년, 무명의 배우들과 적은 예산으로 전 세계 관객을 열광시킨 공포 영화가 있었다. '블레어윗치'. 이 영화에는 스타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었지만 '사실감'과 '현장감'이 있었다. 극중 인물이 핸드 헬드로 직접 촬영한 거친 화면은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이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관객들은 거칠지만 현장감 넘치는, 새로운 장르의 공포 영화에 열광했다.

2010년, '한국판 블레어 윗치'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리얼 호러'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 '폐가'. '폐가'는 죽은 자들의 공간인 폐가에 금기를 깨고 들어간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공포를 담은 호러물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이성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 등 일부 장면들을 현장에 있는 주인공이 직접 촬영, 현장감 넘치는 공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려 했다는 점에서 '블레어 윗치'와 유사하다. '폐가'의 촬영은 90% 이상이 밤에 이뤄졌다. 또 최소한의 조명으로 폐가 속 을씨년스러운 어둠을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했다. 실제로 영화상에서는 과도하게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이나 난무하는 피, 머리를 풀어헤치고 다가오는 원혼 등 기존 공포영화의 전형적 틀을 최대한 배제하고 폐가의 음산한 분위기만으로 공포감을 완성해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블레어 윗치'와 마찬가지로 '폐가'에는 낯익은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는다. 그나마 낯이 익은 배우는 얼마전 CF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소율 정도다. 제작진은 관객들이 극중 등장인물들을 실제 폐가 동호회 사람들로 착각하게 만들고 싶어 신인배우들만을 캐스팅했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다른 작품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배우는 모두 제외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제작진이 의도한 '사실성'을 좇는다. 배우들은 인위적이고 선 굵은 연기 대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제작진은 촬영 내내 배우들이 '실제 공포'를 느끼게 하려 노력했다. 보통의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일일이 끊어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방송국 사람들이 실제로 촬영하듯 현장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실제로 찍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서 디렉션을 줬다. 때론 시나리오에 없는 상황을 갑자기 만들어서 배우들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하고, 일부러 배우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극한으로 몰아넣고 그 상황을 카메라로 찍으려 노력했다.

'폐가'는 개봉에 앞서 관례적인 제작보고회 대신 위령제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폐가'는 경기도 모처의 실제 폐가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며 적절한 촬영지를 물색했다. 촬영 내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미술팀은 자신들이 세팅해 놓은 소품 위치가 자꾸 바뀐다며 불만을 토로했으나 현장에선 소품에 손댄 사람이 없었다. 쵤영중 의도치 않게 카메라가 켜지거나 꺼지지 않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고 후에 편집실에서 오작동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확인해보면 노이즈만 잡혀 있었다. 다행히 큰 사건사고는 없었지만 제작진은 개봉을 앞두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걱정해 위령제를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폐가'가 한국 공포 영화가 나아갈 또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새롭고 충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폐가'는 오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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