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기초자치단체장 한달] "특별시설 없는 서구… 아시아경기장 꼭 필요"

전년성(68) 인천 서구청장은 취임 후 지난 한 달간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놓고 인천시와의 갈등, 수도권 매립지 연장 문제 등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 구청장은 서구 발전을 위해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반드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구청장은 당선되기 전에는 인천시교육위원, 남북환경교류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구청장이 되어 보니 뭐가 다른가.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 구청장이 아닐 때는 '그거 하나 처리 못하나'했던 문제들도 실제로 구청장이 돼 보니 너무 복잡하다. 예를 들어 과거에 서구의 한 지역에 폐기물·폐자재들이 1500만t이나 쌓인 것을 보고 '왜 빨리 처리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이걸 행정적으로 처리하려고 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행정적 규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무조건 일을 하기 전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 습관이 생겼다. 요즘 정신없다(웃음)."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문제 때문에 논란이 적지 않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당을 뛰어넘겠다'는 정신으로 인천 각 지역의 구청장, 정치권 및 사회 인사(人士)들을 만나며 경기장이 건립되게끔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취임 전 '주경기장 건립을 재검토하겠다'고 할 때 그에게 '정치란 시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희망을 주자'며 설득했다. 송 시장이 '오는 12월쯤 건립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는데 그건 너무 늦다. 송 시장이 취임 100일 시점에 인천의 주요 현안문제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오는 10월쯤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본다. 송 시장도 지난 9일 서구민과 대화의 자리에서 '국고 지원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한 만큼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인천시의 재정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이 되면 서구 주민을 설득해 빚을 갚는 모금운동을 벌일까 생각 중이다."

―주경기장을 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구 인구가 40만이 넘는데, 변변한 백화점, 결혼식장, 쇼핑몰이 하나도 없다. 최근 서구지역의 친한 지인이 결혼식을 다른 구에서 하는 걸 보고 '이거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주경기장 안에 이 같은 상업시설을 같이 지어 일종의 '복합 쇼핑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미 주경기장 설계비로 110억이 투자돼 있는데다, 인천시민이 모두 찬성한 일인만큼 이를 바꾸게 되면 시민들의 입장은 뭐가 되나. 2020년 월드컵을 유치해 이 경기장을 활용하면 되고, 아시안게임 육상경기도 주경기장에서 치러야 한다. 문학경기장은 국제육상경기를 치르는 데 레인이 8개밖에 없어 자격 미달이다."

―서구 쓰레기 매립장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데.

"서구에 쓰레기 매립을 연장한다는 인천시와 서울시의 협의 내용이 사실인 양 보도되고 있다. 각종 생활·산업쓰레기, 폐수종말처리시설 등 악취에 관련된 건 모두 서구 주민들이 떠맡고 있다. 이는 20년 전에 서구가 '버려진 땅'이란 인식 때문에 주민과 협의없이 시작된 문제다. 앞으로도 매립이 불가피하다면 서구에 반드시 혜택이 돌아오도록 대책을 만들겠다."

―주민과 어떻게 소통하나.

"주민을 매일 40~50명씩 꾸준히 만난다. 구청장실을 활짝 열어놓고 누구든 민원이 있으면 만나고 있다. 사실 선거 때 지역현안에 반대하는 한 지역 주민을 만나 '잘하겠다'고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못 믿겠으니 각서 써라'라고 했을 때 충격받았다. 구청장에 대한 믿음이 땅으로 떨어졌더라. '믿음 주는 구청장'이 모토가 됐다. 현재 서구 가좌2동에 살면서 새벽에 호봉산이나 원적산에서 운동할 때도 주민을 만난다. 또 내 사고변화가 개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생각'(이어령 지음)이란 책을 보면서 '내가 구민을 변화시키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무원들이 각종 공원 사업을 벌이는데 100억~110억원의 불필요한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1년짜리 단기 프로젝트를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바꿔 사업을 천천히 하게끔 했다. 서구민들의 우선 순위는 공원이 아니다."

―그 밖에 하고 싶은 말은?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문제는 총체적으로 협의해야 할 문제다. 주민들이 더 목소리를 내고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 서구를 인천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