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라도 골다공증처럼 널리 알려진 건 살려"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 실무위원회 강종명(한양대 의대 내과 교수·사진) 위원장은 "일반인도 의학용어를 쉽게 알도록 해야 국민 건강관리에 유익하고 의학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의료인과 언론, 교육기관이 쉽고 정확한 용어를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용어실무위는 지난해 5만7000여개의 단어를 담은 의학용어집 제5판을 출간했다. 강 교수는 "가능한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며 "의료인들이 과거 관행적으로 쓰던 용어 대신 이 사전을 근거로 쉽고 정확한 용어를 의료현장에서 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용어집 5판은 순수 우리말 용어와 한자어 표기를 나란히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신장(콩팥)의 출구에 해당하는 부위에 생긴 염증 이름으로 '신우신염(腎盂腎炎)과 '깔때기콩팥염' 둘 다 표기해 놓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의료계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한자어가 개념이 명확하고 여러 단어를 이어 쓰기 편하기 때문에 한자어 표기로 해야 한다는 측과 의학용어 대중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순수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측의 대결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1년에 발간된 제4판에서는 의학용어가 순수 우리말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을 '막창자꼬리염'이라고 명했다. 갑상선도 방패샘 또는 갑상샘으로 바꿨다. 그러자 생뚱맞은 우리말이 되려 소통을 방해한다며 한자어 병기(倂記)를 주장하는 요구가 빗발쳤다. 제5판은 그 절충안이다.

강 위원장은 "골다공증이라는 말을 뼈엉성증이라고 바꿨더니 더 큰 혼란이 왔다"며 "환자도 알고 의사도 하는 기존 용어는 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용어 대중화를 위해서는 우리말, 정확성과 간결성을 위해서는 한자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신 의학용어는 의사협회 인터넷 사이트(term.kma.org)에서 검색할 수 있다.

강 위원장은 또 "아무리 정확한 의학용어라도 일반 공공장소에서 쓰이는 것이라면 알기 쉽게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길거리 심장마비 환자에게 쓰기 위해 철도역이나 공항에 비치된 '자동제세동기'의 경우, '심장 전기 충격기' 정도로 이름 붙이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어 활용도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