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어린이, 태극기 위에서 하나 되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너희가 한국말을 배우는 게 놀라웠어. 다음엔 한국에서 꼭 만나자."

광복절을 나흘 앞둔 지난 11일 일본 오사카(大阪)시 스미노에(住之江)구에 있는 한인 민족학교 금강학원(金剛學園)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초등학교 4~6학년 그룹홈(group home) 학생 26명이 금강학원 학생들과 함께 태극기를 그리고 편지와 선물을 건넸다. '그룹홈'은 결손가정 아동이나 청소년을 몇 명씩 묶어 가족처럼 지내게 하는 공동생활 가정이다.

금강학원은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在日本 大韓民國 民團)이 운영하는 민족학교 4곳 중 하나다.

1946년 설립돼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부까지 330명이 일본 정규교육 과정과 한국어·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이날 금강학원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 학생들과 흰색 셔츠에 회색 치마·반바지 교복을 입은 금강학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크레파스로 태극기를 그렸다. 붉은색·파란색으로 태극을 그리고, 검은색으로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卦)를 꼼꼼히 색칠하는 아이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학생들은 준비해온 흰 티셔츠를 꺼냈다. 태극 마크가 새겨진 앞쪽에 '우리는 한민족'이라고 써넣었고, 뒤에는 '대한민국 ♥ 일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대부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금강학원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처음 만났는데도 허물없이 대해오자 어색함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서먹함은 잠시였다. 어울려 장난치고 웃으며 어느새 하나가 됐다.

김혜민(12)양은 "한국 아이들은 일본 아이들과 달리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박동호(12)군은 "한국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하고 잘해서 재밌다"며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금강학원 한경문(47) 교장은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태권도 체육관을 만들어 모든 학생이 매주 1시간씩 태권도 수업을 하고 있다"며 "일본에 있는 한국인 인재들을 우리가 더 적극 키워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과감히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학생복 업체인 ㈜에리트베이직이 5년 전부터 펼쳐온 '엘리트 나라사랑 캠프'다. 보육원과 그룹홈 아동이 우리의 역사· 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전국 보육원의 초등학교 4~6학년 177명이 2005년 독도 캠프를 시작으로 금강산, 제주도, 일본 우토로, 충남 태안 등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