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엘 시스테마… 가난·폭력·마약 이긴 음악의 힘!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지만 몇몇은 별을 바라보고 있다네"라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엘 시스테마(12일 개봉)'는 구정물 도랑에 빠진 사회에서 고개를 들어 희망을 바라본 사람들의 놀라운 성취록이다. 가난과 폭력과 마약 속에 뒹굴던 아이들에게 30년 넘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쳐 온 베네수엘라의 사회 교육시스템은, 정부가 손 대지 못했던 국가의 환부(患部)를 선각자 몇 명이 끈기있게 보살펴 새 살 돋게 한 실례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현장을 1년간 기록한 작품이다.

경제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1)가 빈민가 아이들 11명을 모아서 관현악을 가르치기 시작했던 1975년, 그는 아이들에게서 적대감을 해체하려 했다. 그는 모든 악의 근원을 '남을 배척하는 것'으로 봤다. 독주(獨奏) 아닌 협주를 가르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The System'의 스페인어로, '베네수엘라 청소년 오케스트라 전국 네트워크'를 줄인 말이다.

베네수엘라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아브레우의 노력으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점점 늘어났고, 음악 학교가 나라 곳곳에 생겨났다. 현재 전국 180개 음악학교에서 2~17세 아동과 청소년 35만명이 각자 악기를 정해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 예산의 90%는 정부에서 지원하며, 2015년까지 연 50만명을 가르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수도 카라카스는 여전히 총격 사건 빈번한 우범지대다. 그러나 아이들은 주 6일 하루 4시간씩 음악 학교에 나가 악기 연주를 하며 주어진 삶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범죄 많은 동네에 살지만 나는 음악을 가졌다"며 자랑스럽게 웃는다.

학생의 90%가 빈민가 아이들이며, 음악 교육은 무상이다. 두 살짜리들이 처음 학교에 오면 마분지로 만든 악기를 들고 '종이 오케스트라'를 거친다. 바이올린은 왼쪽, 첼로는 오른쪽에 앉아 협주의 개념을 배우며 노래를 부른다.

'엘 시스테마'는 온갖 위험요소로 가득한 거리에서 아이들을 학교라는 안전한 섬으로 인도해 왔다. 설립자인 아브레우는 지금도 "죽으면 쉴 시간 충분하다"며 주말도 없이 음악을 가르친다.

'엘 시스테마'는 세계적 음악가를 배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대표적 청소년 오케스트라인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 됐다. 카라카스 빈민가 출신으로 더블베이스를 연주해 온 에딕손 루이즈는 17세 때 베를린 필하모닉에 최연소 입단했다. 베를린 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보다 음악계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35년에 걸쳐 벌어진 드라마를 1년 내에 찍느라, 영화는 베네수엘라의 감격을 효과적으로 담지 못했다. 현상 서술적인 연출은 종종 답답하다. 그러나 음악의 힘을 신앙처럼 의지하는 어른과 아이들의 육성에는 힘이 넘친다.

카라카스 산동네엔 여전히 벽돌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총기 살인사건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에서 쏘아 올리는 폭죽처럼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어둠을 비추는 불꽃이며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