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경찰청장 후보자) 발언 파문 확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3월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전날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엔 천안함 사건 유족들을 동물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15일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조 후보자가 지난 3월 서울경찰청장 자격으로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이 되려고 그러려면 슬픔도 승화시킬 줄 아는, 격(格)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고불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다 조 후보자는 2008년 부산경찰청장 시절 경찰 인사와 관련, "승진을 하려면 (권력 실세인) 이재오, 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가능할 것", "이들에게 줄대는 사람이 많을 테니 1~2순위로 대지 않으면 그마저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이날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일자 조 후보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동물'이란 부적절한 표현을 한 것은 말실수지만 앞뒤 발언의 진의(眞意)를 살펴보면 유족을 비하한 게 아니다"며 "슬픔이 극에 달한 유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TV 화면으로 내보내는 것은 희생자에 대한 국민적 추도와 애도 분위기에 오히려 좋지 않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경찰인사 관련 발언에 대해선 "원칙에 어긋난 승진 인사는 안된다는 말을 농담처럼 돌려서 한 것인데, 그 뜻이 거꾸로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안함 46용사 유가족협의회' 이인옥(48) 대표는 조 후보자의 해명에도 "의도가 어떻든 자식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동물'에 비유한 것은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퇴진 요구와 함께 명예훼손으로 법적 소송까지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조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과 천안함 유가족을 향해 광기 어린 망발을 쏟아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청와대는 조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 방치한다면 이 발언에 동조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거부도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의 경찰청장 자격 여부를 따지자는 입장이지만, 당혹스럽다는 모습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모든 일에 선후가 있듯 청문회라는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조 후보자를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여당 내에선 "국민 여론이 안 좋은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문제는 검찰도 '그런 거 잘 모른다'는 반응 같은데… 혹시 우리가 역풍 맞을까 걱정"이란 말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16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때까지 지명 철회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007년 말 경찰청 경비국장이었던 조 후보자가 모친상 부조금으로 1억7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이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왔고 부산·울산·경남·서울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당시 수천 명이 조문했다. 일반 국민의 정서와는 맞지 않겠지만, 조문객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조위금을 있는 그대로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찬반토론]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지명 철회 vs 청문회 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