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림보전 노하우 전하는 기회될 것"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만 1분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산림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한국이 앞장서야 합니다."

이돈구(64)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사라져 가는 세계의 산림을 지켜내는 일에 10년 전부터 골몰해 있다. 매년 2~3차례, 많게는 10차례나 뱀과 거머리가 득시글거리는 동남아와 남미의 열대림으로 들어가 피해를 파악하고, 현지인들에게 보전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라오스·캄보디아에선 열대우림을 해치지 않으면서 파인애플·바나나·커피를 경작하는 법도 개발해 전했다.

이 교수는 19세기 말(1892년)에 생겨 현재 115개국이 참여하는 학술단체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의 회장을 6년째 맡고 있다. 아시아 출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IUFRO는 오는 23일부터 6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 최대의 산림학술 행사인 'IUFRO 총회'를 개최한다. 110개국 4000명의 전문가가 참석한다. "경제개발과 산림보전을 동시에 달성한 한국을 연구하려는 각국의 관심이 대단해요. 이번 총회가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노하우를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그는 "산림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산림은 연간 2억4000명이 숨 쉴 정도의 산소를 내뿜고, 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연간 80조원 이상이라는 조사도 있어요. 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요." 그는 "앞으로 산림자원은 탄소배출권 확보와 자원외교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앞선 노하우를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얻어내는 방안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산림 복구에도 관심이 크다. 2007년부터 북한 산림 당국자들을 중국으로 불러내 IUFRO 이름으로 병해충 방재 등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교수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 북한의 산림 200만㏊가 밭 경작 등으로 멸실됐는데, 이는 한국 숲의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라며 "북한에서 대형 홍수가 잦은 것도 산림 황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산림 회복비용으로 14조원 넘게 들 것으로 예상했다.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북한의 산림을 복구해야 돼요. 그런데 열악한 북한 현실이 큰 걸림돌이죠. 배양용으로 보내 준 씨감자마저 삶아 먹는 바람에 사업 진행이 잘 안 돼요."

이 교수는 정부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내년 서울에 국제기구 '아시아산림협력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을 산림과학연구의 세계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