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10여년만에… 복리예금 봇물

은행권에 복리(複利)상품 유치전이 격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 신개념 복리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복리상품은 원금과 이자가 다음달 원금이 되어 돈이 가파르게 불어나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곤 한다.

가령 연 4%짜리 정기예금에 3000만원을 맡기는 경우, 단리식 이자는 3년 뒤 304만5600원(세후)이지만 복리는 323만160원(세후)으로 18만4560원 더 많다. 은행들은 90년대까지만 해도 복리 상품을 많이 팔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복리식 이자를 주지 않았다.

복리상품 유치 경쟁은 지난 3월 신한은행이 '월(月)복리적금'을 먼저 내놓으면서 촉발됐다. 초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은행 예금 금리에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조금이나마 이자를 더 얹어 주려고 내놓은 것이 월복리 상품이었다. MB 정부가 강조하는 서민금융 기조와도 맞아떨어졌다. '월복리적금'은 만기가 3년으로 긴 편인데도 출시 4개월 만에 30만명 넘는 고객이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적금 인기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지난 5월 '월(月)복리예금'까지 출시했다.

농협·우리은행·씨티은행 등 후발주자들도 뒤따라 복리 경쟁에 가세했다.

농협이 지역조합을 통해 파는 '채움월복리적금'은 1년 만기 기준으로 금리가 연 4~5% 수준이다. 다른 적금 상품에 비해 하루 판매액이 3배 가까이 많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지난달 출시된 우리은행의 '월복리 연금식적금'은 금리가 연 4.8%에, 만기 5년까지 상품인데, 이자가 이자를 벌어주기 때문에 최종적으론 연 5.2% 효과를 챙길 수 있다.

씨티은행이 16일부터 판매하는 '복리 스텝업 예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연 4%이지만,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1년 후 최종 이자는 연 4.06% 수준이다. IBK기업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들도 복리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복리'라는 단어에 너무 현혹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복리 상품에 가입해서 이익을 챙기려면 적어도 3년 이상으로 가입기간이 길어야 한다"면서 "자금 운용 기간이 3년 이내로 짧다면 단리식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