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노벨문학상 수상자 뮐러 "北, 역사에서 미끄러진 괴물같은 나라"

"서울에 도착해 호텔 창 밖으로 광복절 기념행사를 지켜보는데 순간적으로 북한과 독재체제, 베를린 장벽 붕괴 장면 같은 것들이 떠올랐어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가 15~21일 중앙대에서 열리는 국제 비교문학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16일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강연을 마친 그는 방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을 인상깊게 봤다"고 말문을 연 뒤, 북한을 오랜 시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뮐러는 지난 5월 계간문예지 '문학동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북한 체제를 "역사와 문명에서 하차했다"고 비판했었다.

그는 "북한은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역사에서 미끄러진 괴물 같은 나라라는 점에서 놀랍다"며 "그런데 더 놀라우면서도 감탄하게 되는 것은 그런 괴물 같은 독재국가와 이렇게 가까운 나라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1953년 루마니아 바나트에서 독일계 소수민족으로 태어난 뮐러는 차우셰스쿠 독재에 저항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규정당하고 감시와 박해에 시달리다가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이후 전체주의 권력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부당함과 인간성 말살을 비판하는 작품을 써왔다. 뮐러는 "루마니아인으로 살 때는 긴 작품을 쓰지 못하고 짧은 글만 발표했는데 아마도 늘 무언가에 쫓기느라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할 수 없었던 당시의 내 삶이 반영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뮐러는 차우셰스쿠와 김일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우셰스쿠는 김일성을 통치의 모범으로 삼았고 북한을 방문해 배워오기도 했어요. 그렇게 배운 것 중에 개인숭배와 권력세습도 포함됩니다. 실제로 김일성처럼 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어요."

뮐러는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과 20일 주한독일문화원에서 열리는 작품 낭독회를 통해 독자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