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반갑다, 엔高… 설레는 수출株

특히 경기 불안이 불거진 배경의 중심에는 미국 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으며, 여기에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인 중국도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장기간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즉 최근의 엔고 현상은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일본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수출업체 엔고 효과 누릴 것"

증권가에서는 엔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전기·전자, 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주가 상승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일본 엔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담당 재무관은 1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엔화 강세라기보다는 달러 약세"라며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후 한동안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1일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15년 만에 최저치인 84엔대까지 떨어졌는데, 이 같은 엔고(高)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엔고 현상이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우리 경제에는 도움된다"고 평가한다. 일본 부품과 자본재 수입 결제 부담은 늘어나지만, 세계시장에서 일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전체 무역에서 우리 기업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엔고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 크다"

1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달러당 85.86엔을 기록했다. 최근의 엔고 현상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미국 경제도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를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때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안전자산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해외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할 때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면서 "자동차, 조선 등 수출업체가 엔고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내수 소비주나 항공주 등도 대표적인 엔고 수혜주로 꼽힌다. 일본 관광객 증가로 항공주나 백화점 등이 엔고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수혜 크지 않다는 반론도

16일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엔당 1382.88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일의 1203.5원보다 179.38원 상승한 것이다. 일부 업종의 경우 엔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엔화 강세로 인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는 폭이 더 클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대부분 수혜업종으로 꼽고 있는 전자업체의 경우, 핵심 소재 및 장비에 대한 일본산 제품 의존도가 커서 엔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일본으로부터의 핵심 부품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부정적 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엔고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만 강세인 게 아니라 원화 가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환율 하락)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