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의 동병상련

최은영<사진> 한진해운 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7일 한·스페인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진해운 후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예술전 관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문제에 대해 "(현 회장이) 힘들어도 링거를 맞든 홍삼을 먹든 잘 헤쳐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 회장과 최 회장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처지다. 재계에서 대표적인 여성 오너 경영인이고, 두 사람 모두 작고한 남편을 이어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주력 업종도 해운으로 같다. 현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문제로 시아주버니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경쟁하면서 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도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에서 한진해운을 분리해 독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최 회장은 이날 "현 회장과 나는 여러 가지로 비슷한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업은 국내 매출이 6%에 불과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업종이기 때문에 경영권 안정은 채권단뿐만 아니라 집안(현대가) 내에서도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세계 해운업이 안 좋아지면서 마치 우리 때문에 재무약정 체결 논의가 시작한 것처럼 비쳤다"며 "약정 당시 졸업 일정이 2011년 말까지로 돼 있었으니 올 하반기 재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상반기 17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2008년 상반기 2000억원이 넘던 것에 비해서는 못 미친다"며 "올해 벌어서 지난해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조 회장이 2006년 사망한 이후 한진해운 경영을 맡아 왔다. 한진그룹으로부터의 계열 분리문제에 대해 최 회장은 "실질적으로는 이미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