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사위, 조현오 고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씨가 18일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곽씨는 조 후보자가 지난 3월 말 경찰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한 부분 등은 이미 사망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死者)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며 고발했다. 곽씨는 또 조 후보자가 "특검하려고 하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못하게 했다"고 발언한 부분도 허위사실로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고발했고, 조 후보자의 발언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 유족인 자신도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곽씨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조 후보자의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관심은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차명계좌' 문제를 어디까지 조사할 것이냐이다. 일단은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기록이 기준이 될 수 있다. 대검 중수부가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영구보존하겠다"고 한 수사기록에도 없다면 조 후보자의 발언이 허위라는 식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중수부 관계자들도 조 후보자가 말한 것 같은 차명계좌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중수부 수사기록 검토와 수사팀을 상대로 한 사실 확인 정도로 이번 사건 처리의 선(線)을 긋자는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중수부 수사에서 차명계좌가 발견됐는지가 아니라 차명계좌가 실제 존재하는지 아닌지가 사안의 본질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씨 등 유족들의 주장은 "노 전 대통령은 차명계좌를 만든 사실이 없고, 따라서 발견된 사실도 아예 없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수부 수사결과와는 별도로 추가 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특검 도입"을 거론하고 있다.

한편 고소·고발당한 조 후보자는 수사에서 '차명계좌' 발언을 하게 된 근거를 밝히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리상 '허위사실'을 유포했어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사유가 있었다면 면책이 되는데, "주간지인지 인터넷 언론 기사에서 본 것 같다"는 식의 해명은 면책사유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