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박스권 장세로 돌아온 증시… 낙폭 큰 주도株 잡아볼 만

외국인 투자가가 엿새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1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96포인트(0.40%) 오른 1761.99를 기록했다.

8월 초만 해도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18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지금은 다시 위아래가 꽉 막힌 박스권 장세로 회귀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올 상반기에 박스권은 1550~1750선에서 형성된 반면, 지금은 저점과 고점이 모두 한 단계 높아졌다. 새로운 박스권의 저점은 이번 주 초 확인한 1720선, 고점은 수차례 돌파를 시도했다가 번번이 막힌 1800 부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박스권의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기 침체라는 악재에 증시가 조금씩 둔감해지고 있지만 강세장을 주도할 만큼 뚜렷한 상승 탄력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실적시즌이 마무리되고 중국의 경제지표 발표 일정도 공백기에 들어갔다"며 "당분간 저점이 높아진 새로운 박스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박스권 장세에서는 마냥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투자법일까. 전문가들은 박스권 증시에서도 유용한 투자전략은 있다고 말한다. 대세 상승장이어야만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먼저 주목받는 전략은 그동안 낙폭이 컸던 상반기 주도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우선 거론되는 대상이 IT(전기전자)와 자동차다.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단기 저점을 기록한 5월 25일 이후 8%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는 그 사이 2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자동차 판매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주요 자동차 메이커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2008년 말 36까지 하락했던 미국 산업생산 지표의 자동차생산지수는 최근 70 전후에서 유지되다 7월 84.8까지 급등했다.

이 밖에도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 업종 가운데 실적이 뒷받침되는 유망 업종으로는 음식료와 전기가스, 의약 등이 있다. 건설과 해운, 항공 등 일부 낙폭 과대주는 이미 반등을 시작했다.

중국 관련주도 관심 목록에 넣어둘 만하다.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주가가 밀리는 만큼, 또 다른 경제 중심축인 중국에 기대는 전략이다. 중국 내수산업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비재가 유망하며 철강가격 인상에 따른 철강주도 전략 업종이 될 수 있다.

선물옵션 등 일부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고급 투자자의 경우, 코스피200 지수 관련 상품을 매수해 보유하면서 동시에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매도를 병행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승장에서는 코스피200으로 수익을 내고, 하락장에서는 콜옵션 매도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마주는 다소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환율하락, 금리상승, 4대강,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급등) 관련 테마주가 주목받았지만 뉴스에 따라 주가의 등락도 심했다.

정확한 매도 타이밍을 짚어 낼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박스권 장세에서는 정도를 걷는 투자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