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29건 내 99억원 아낀 '현대차 제안王'

현대자동차의 SUV(레저용 차량)인 싼타페는 지붕 위에 짐을 실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짐의 양에 따라 간격을 좁히거나 넓혀 고정시키는 '루프랙 크로스바'가 있어 가능하다.

현대차 울산공장 조규철(45·품질관리2부) 과장은 2007년 7월 회사에 이것의 고정장치를 푸는 방법을 레버식이 아닌 버튼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후 현대차는 레버식 특허권을 가진 미국 회사에 지불해오던 한 해 26억원의 특허비용을 아끼게 됐다. 새 방식은 현대차 내부에서 '1급 제안'으로 선정됐고, 고급형 SUV인 베라크루즈에도 채택됐다. 조 과장의 버튼 방식은 국내 특허도 받았다.

조 과장은 "특허료가 외국으로 새 나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어떻게든 대체해 보려고 궁리를 거듭하다가 발상을 조금 바꿔본 것"이라며 "나로서도 기대한 이상으로 큰 효과가 생겼다"고 했다.

조 과장은 지난 10년간 총 29건의 다양한 제안을 해 모두 99억원 상당의 비용절감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현대차는 18일 그에게 '품질 챔피언상'을 수여했다. 현대차가 1997년 제정한 마일리지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누적 2만점을 돌파한 '최고의 제안왕'에게 준 상이다. 현대차에선 지금까지 제안과 관련해 골드 스타 3명, 실버 스타 9명, 브론즈 스타 41명이 배출됐다. 하지만 '품질 챔피언'은 그가 처음이다. 조 과장은 "자기 업무에 좀 더 관심과 끈기를 가지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안 마일리지제도 도입 이후 작년까지 총 1조180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