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이중생활'] "취미요? 이건 직업입니다 직업"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아세요? '류시원은 재미로 차 타는 거 아니냐'란 소립니다." 한류(韓流) 스타, 연기자, 가수, MC, 카레이서. 류시원(38)은 이 여러 '꼬리표' 중 카레이서로서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경력 14년차 프로선수이자 레이싱팀 'EXR팀106'을 운영하는 모터스포츠 경영인이다. 그는 "절대 취미가 아니다. 레이싱은 내가 '올인'하는 직업이다. 연예인이라고 날 동호인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연예계 활동보다 카레이싱 우선"

류시원은 1996년 연예인 최초로 카레이싱 면허를 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카 레이싱을 체험하는 코너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7년부터 배기량 1500㏄급 소형차를 모는 대회에 데뷔했다.

그는 "한창 젊을 때라 하루에 스케줄 7개씩 소화하던 시절이었다. 98년 말까지 카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다가 몸이 너무 힘들어 4년을 쉬었다"고 말했다.

류시원은 2003년 연예인 레이싱팀 'R스타즈' 소속으로 카레이싱에 복귀했다.

"팀 대표인 이세창씨가 저를 배려하는 뜻으로 '1년에 더도 말고 2번만 출전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 2008년까지 팀에 있으면서 한 번도 대회에 빠진 적이 없어요."

2006년 CJ슈퍼레이스 투어링A 클래스(배기량 2000㏄급 개조 차량) 시즌 챔피언까지 올랐던 류시원은 자신의 레이싱 실력에 대해 "모터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쟤는 차 타면 안 되겠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고 말했다.

공도(公道)에서 하는 운전은 어떨까. "차를 모르면서 무턱대고 밟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짓이 없죠. 선수들은 절대 무모하게 운전하지 않아요. '폭주족'하라고 해도 무서워서 못 해요."

류시원부터 이세창, 안재모, 김진표, 이화선까지 연예인들이 많은 이유는 왜일까. 류시원은 "자동차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적다. 특히 '차 욕심'이 많은 연예인들은 쉽게 카레이싱의 매력에 빠진다"고 했다.

"그렇지만 연예인 사이에도 레이싱에 열정이 있느냐 없느냐는 금방 티가 나요. 자기 스케줄 다 조정하고 녹화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더라도 대회에 출전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아요."

류시원은 연초에 한국과 일본 소속사를 통해 카레이싱 대회 스케줄을 공지한다. 이 기간엔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알리는 것이다.

■팀 창단… "한국의 페라리 꿈"

2009년 초 팀을 창단한 류시원은 자신을 포함해 선수 4명에 미케닉(정비요원) 7명, 레이싱 모델 6명 등 20명이 넘는 식구들을 거느리고 있다.

류시원이 대표, 감독, 선수 등 1인 3역을 맡는 EXR팀106은 7월 초 국내 최고의 프로 대회인 'CJ헬로넷 슈퍼레이스' 제네시스쿠페 클래스(배기량 3800㏄급)에서 1·2라운드 우승자(장순호)를 배출했다.

류시원은 "프로팀은 무조건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올해 시리즈 챔피언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류시원은 대회 성적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수완에서도 국내 모터스포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팀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의류가 일본·중국에 진출했고 브레이크 패드나 휠 같은 용품도 곧 출시된다. 류시원은 "카레이싱은 수익을 낼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리 팀을 F1의 페라리 같은 브랜드로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들로부터 '카레이서가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딱 부러지는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나중에 내 이름을 건 '레이싱 아카데미'를 만들어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시원은 카레이싱의 매력에 대해 "앞차 추월하려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면 꼭 사고가 나고 집중력과 체력 등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좋은 성적이 난다. 레이싱을 잘하려는 노력이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한류 스타'라는 세간의 수식어를 확인하고 싶어 "일본에서 인기가 어느 정도냐"고 물었다. 류시원은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말해요"라면서 아이팟에 담긴 일본 콘서트 영상을 보여줬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인파였다. "작은 규모면 4만~5만명, 크게 하면 8만~9만명이 몰린다"는 게 과장이 아니었다. 카레이서 류시원을 보기 위해 대회마다 1000명 가까운 일본 원정 응원단이 꾸려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